‘황제’ 진종오 꺾은 ‘소년사수’ 김청용 인터뷰
“사대(射臺) 앞에 서면 가장 마음이 편해져요.”
앳된 얼굴의 소년사수는 수줍은 미소를 띠며 말했다. 곁에서 인터뷰를 지켜보는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때에는 장난기 어린 표정이 여느 고교생과 다르지 않았다. 불과 한 시간 전 결선 경기장 사대 앞에서 날 선 눈빛으로 목표물을 겨누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
20일 대구종합사격장에서 만난 한국 사격의 차세대 간판 김청용(18ㆍ청주 흥덕고)은 제96회 전국체전 사격 50m권총 남자 일반부와 고등부 10m 공기권총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고등부 10m 공기권총 개인전에서는 동메달을 차지한 ‘고교생 명사수’다.
지난 17일 사격 50m 권총 남자 일반부 결선에서는 192.5점을 쏴 191.8점을 쏜 ‘사격황제’ 진종오(36ㆍKT)를 0.7점 차로 제쳤다. 이미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10m 권총에서 2관왕에 오르며 진종오를 눌렀던 김청용은 이날도 접전 끝에 맞대결에서 황제를 넘어섰다. 하지만 김청용은 “아직 종오 형에게 배울게 많다. 종오 형은 한국 사격을 강하게 만들어준 인물”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번 50m 권총 남자 일반부는 김청용의 첫 일반부 출전이다. 고등부가 없는 종목이지만 실업팀에 입단하면 출전하게 되는 만큼 미리 경험을 쌓기 위해 도전했다. 첫 출전에서 금메달을 따는 쾌거를 달성한 셈이다. 김청용은 “경험 삼아 나갔는데 좋은 성적이 나와 뜻밖에 우승했다”며 “워낙 주목 받는 선수가 많아 고등부보다 마음 편히 경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대에 오를 때 오히려 마음이 편해진다며 ‘긍정적인 마음’을 비결로 꼽은 김청용이지만 사실 그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바로 만성비염이다.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되는 사격에서 때때로 숨을 제대로 쉴 수 없는 비염이 그를 괴롭힌다. 그는 “항상 (코가) 막혀있어서 익숙해졌다”고 웃으면서도 인터뷰 내내 연신 코를 훌쩍였다.
그러나 그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이를 극복했다. 현재 충북 진천선수촌에서 훈련을 하고 있는 김청용은 오전, 오후 정규 훈련뿐 아니라 야간 개인 훈련도 자처해서 하는 연습벌레다. 현재 김청용의 지도를 맡고 있는 박은규(44)코치는 “청용이는 (연습을) 그만하라고 해도 계속 연습 하는 노력파”라며 “목표가 뚜렷하고 열심히 하는 만큼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라고 말했다.
고교 3학년인 김청용은 해가 바뀌면 한화갤러리아 실업 선수로 본격적인 선수 생활을 시작한다. 2010년 아버지가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나면서 실질적인 가장으로 살아왔기에 대학 진학이 아닌 실업팀을 택했다. 김청용은 “처음에는 내가 잘 못 쏘면 혼자만이 아니라 가족 모두가 피해를 보기 때문에 힘들었다”고 말했다. 포장마차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진 어머니와 누나의 헌신적인 뒷바라지도 오늘의 그를 만든 원동력이다. 그는 ‘꿈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돈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고생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말할 만큼 가족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그런 김청용에게 가장 간절한 것은 2016 리우 올림픽 금메달이다. 금메달을 따 집안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바람이 크다. 김청용은 “내년 3월 리우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 10m와 50m 권총 종목 모두에서 선발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라며 “훌륭한 선배들이 많지만 반드시 대표팀에 선발돼서 어떤 메달이든 하나는 들고 오겠다”고 눈을 반짝였다.
대구=글ㆍ사진 허경주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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