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서풍 타고 中서 미세먼지 유입
동해상 동풍에 나갔던 것 다시 들어와
대기 정체로 한반도에 갇힌 양상
25일쯤 고농도 현상 해소 예보
"마스크 챙기고 실외활동 자제를"
16일 시작된 ‘미세먼지의 공습’이 20일에는 한반도 전역으로 확대됐다. 올 가을 들어 처음으로 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된 이후 벌써 닷새째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고 있다. 서쪽에선 북서풍이, 동쪽에선 동풍이 불면서 미세먼지를 한반도에 가둬놓고 있는 양상이다. 이런 고농도 미세먼지는 향후 4,5일 더 기승을 부릴 전망이어서 호흡기가 약한 영유아나 노인, 심장ㆍ폐질환 환자는 장시간 외부활동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고농도 미세먼지 25일쯤 해소
20일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이날 오후 2시 기준 미세먼지(PM10) 평균농도는 서울이 1㎥당 98㎍(마이크로그램ㆍ1㎍은 100만분의 1g)으로 ‘나쁨’ 수준을 기록했다. 부산 88㎍/㎥, 인천 93㎍/㎥, 울산 101㎍/㎥, 강원 103㎍/㎥, 충북 113㎍/㎥, 전북 112㎍/㎥ 등으로 제주를 제외한 전국의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에 머물렀다. 순간 최고 농도는 충남 당진 정곡리가 403㎍/㎥로 제일 높았고, 충북 단양 매포읍 290㎍/㎥, 경기 평택 비전동 227㎍/㎥, 전북 익산 모현동 191㎍/㎥이 뒤를 이었다.
16일 이후 주로 수도권과 충청권에 머물던 미세먼지가 전국으로 확산된 것이다.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을 기록한 권역은 16~18일 수도권ㆍ충청에서 19일 수도권ㆍ충청ㆍ강원 영서로 확대된 뒤 20일에는 호남과 영남까지 늘어났다. 미세먼지 농도는 좋음(31㎍/㎥ 이하)ㆍ보통(31~80㎍/㎥)ㆍ나쁨(81~150㎍/㎥)ㆍ매우나쁨(151㎍/㎥ 이상)으로 구분된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미세먼지 예측모델 결과로는 일요일인 25일쯤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이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반도 대기상공에서 부는 바람의 방향 변화에 따라 결과는 유동적으로 변할 수 있다.
정체된 대기와 동해상의 동풍이 원인
이번 고농도 미세먼지는 여러 가지 기상 현상이 맞물리면서 나타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김용진 기상청 통보관은 “계속된 고기압의 영향으로 한반도 대기가 정체된 가운데 중국 북동쪽에서 미세먼지가 편서풍을 타고 유입된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이용희 국립환경과학원 환경ㆍ기상 통합예보실 연구사는 “동해상에서 한반도 쪽으로 동풍이 불면서 그나마 빠져나갔던 미세먼지도 재유입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세먼지를 씻어줄 비가 오지 않는 가운데 국내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와 중국에서 유입된 미세먼지, 동풍의 영향으로 한반도로 재유입된 미세먼지가 정체된 대기 중에 섞이면서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여기에다 내륙에서는 북풍이 불면서 미세먼지가 전국으로 확산, 사실상 피할 곳이 없어져 버렸다.
이날 고농도 미세먼지로 인천ㆍ충북에는 미세먼지 주의보가, 경북ㆍ울산ㆍ인천ㆍ전북ㆍ충북에는 초미세먼지(PM 2.5) 주의보가 각각 발령됐다. 미세먼지ㆍ초미세먼지 주의보는 당일 평균 농도가 각각 120㎍/㎥ㆍ65㎍/㎥ 이상일 때 내려진다.
외출 시 황사마스크 쓰고 물 많이 마셔야
미세먼지와 초미세먼지 모두 호흡기나 피부 질환 환자에게 악영향을 준다. 미세먼지는 천식뿐만 아니라 결막염, 아토피피부염 등의 증상도 악화시킨다. 보다 위험한 건 세계보건기구(WHO)가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초미세먼지다. 머리카락(50~70㎛)보다 30배 작은 지름 2.5㎛(마이크로미터ㆍ1㎛는 100만분의 1m)의 초미세먼지는 세포벽을 직접 통과해 염증 반응 등을 일으킨다. 임영욱 연세대 환경공해연구소 교수는 “염증반응이 나타나면 혈액이 진득해져 혈액순환이 원만히 되지 않게 된다”며 “심혈관 질환과 폐암 등에 악영향을 주고 최근에는 고혈압과 당뇨병 역시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때문에 환경과학원은 미세먼지ㆍ초미세먼지 주의보 발령시 ▦어린이ㆍ노인ㆍ폐질환 및 심장질환자의 실외활동 제한하고 ▦일반인은 장시간 또는 무리한 실외활동을 줄이며 ▦외출시 황사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다. 황사마스크는 세탁하거나 재사용할 경우 미세먼지 침투를 막는 필터의 효과가 떨어진다. 물을 많이 마시면 체내 점액질이 늘어나 미세먼지가 몸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다.
변태섭기자 liberta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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