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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英-中 황금시대

입력
2015.10.20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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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초청으로 19일 영국을 국빈 방문해 5일 간 일정에 들어갔다. 영국의 시 주석 맞이는 극진하다. 외국정상 방문 시 통상 21발 예포를 쏘는데 이례적으로 103발을 발사했다. 시 주석은 20일 오전 왕실의장대 사열 등 공식환영행사에 참석한 뒤 엘리자베스 여왕과 함께 여왕 전용마차를 타고 버킹엄궁으로 가 오찬을 함께 했다. 캐머런 총리는 정상회담 일정과는 별도로 시 주석 부부를 자신의 별장인 체커스로 초대했다. 시 주석은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에서 연설도 했다.

▦ 영국이 시 주석 국빈방문을 열렬히 환영하는 것은 중국과의 무역 및 투자확대 계기로 삼기 위해서다. 캐머런 총리는 현재 양국 관계를 “황금시대(golden era)”라고 표현했다. 시 주석 방문 계기로 양국은 150개의 경제협력 합의서를 체결할 예정이다. 여기에는 44조원 규모의 원전 건설사업, 22조원 규모의 고속철사업 등이 포함돼 있다. 시 주석은 영국 방문기간 50억 위안 규모의 인민폐 국채발행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다. 기축통화 지위 확보를 겨냥한 위안화 세계화의 일환이다.

▦ 영국은 연초 중국 주도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에 서방국 중 첫 창립회원국으로 신청하고 20개 유럽국가의 가입을 선도했다. 미국의 비난을 무릅쓰고 중국의 금융 굴기를 도운 셈이다. 영국은 유럽연합(EU) 회원국이면서도 유로화 대신 자국화폐 파운드화를 고집한다. EU 체제에 순응할 경우 금융강국 지위 유지가 어려워지는 등 주도권 상실을 우려해서다. 나아가 중국 굴기 견제에 부심하는 미국과 일본, 여타 EU 국가들과 달리 오히려 중국 굴기에서 ‘위대한 영국’ 부활의 기회를 찾으려는 것이다.

▦ 미국 등 전통적 우방국들과의 관계가 소원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벌써 영국의 급격한 중국 접근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미국 등지에서 무성하다. 175년 전 당시 초강대국 영국이 일으킨 아편전쟁은 서구열강에 의한 중국 침탈의 시작이었다. 그러나 지금 영국이 중국에 매달리는 상황은 국가간에는 영원한 적도, 우방도 없고 오직 국익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운다. 동시에 미중 사이에 낀 상황을 주도적 외교로 헤쳐 나가겠다고 큰 소리 치면서도, 실제로는 좌고우면하지 않을 수 없는 우리의 처지를 돌아보게 된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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