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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처럼 학교 휘젓던 이사장 결국 퇴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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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장처럼 학교 휘젓던 이사장 결국 퇴출

입력
2015.10.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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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사 일일이 간섭·교사 인사 멋대로

“우리 학교 이사장의 전횡을 제발 막아 주십시오.”

지난 7월 중순,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에 서울 H고 교사들의 감사요청이 접수됐다. 감사요청서에는 교사 52명의 서명이 담겼다. 교장과 교감, 일부 보직교사를 제외한 H고 교사 전원이었다.

감사에서 드러난 이 학교 법인 전 이사장 A(60)씨의 행태는 예상보다 심각했다. 여의사 출신인 A씨는 운영하던 병원을 접고 아버지에 이어 지난 2013년 12월부터 이사장에 올랐다. 하지만 학교 운영을 지원하는 역할에 그치는 이사장 직에 머무를 생각은 애초부터 없었다. 교장을 제쳐놓고 모든 학사업무를 주무르기 시작한 것이다.

A씨는 이사장이 된 뒤 모든 학교 업무를 자신이 직접 관리했다. 학사 일정은 물론이고 수련활동, 학적 사항 등을 2~3일 간격으로 보고 받았다. 교사들은 이사장 요청 사항을 처리하느라 다른 업무는 할 겨를이 없을 정도였다고 토로했다.

A씨는 이에 그치지 않고 수업 및 자습실을 순회하며 시시콜콜 간섭했다. 교과협의회와 과 주임회의, 학년 별 간담회, 간부교사회의에도 참석했다. 학생들의 성적이 떨어지면 교사들을 직접 추궁했다. 지난 6월에는 고3 학생들의 등교 시간을 애초 오전 7시50분에서 30분을 당겼고, 담임교사들의 출근 시간은 학생들보다 10분 먼저 할 것을 지시했다. ‘한 여름 밤의 축구’ 등 학사일정에 없는 행사를 만들어 참석을 종용하기도 했다.

교사들에 대한 인사도 멋대로였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수시로 보직을 교체했다. 뚜렷한 이유 없이 보직을 박탈하면서도 인사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이 같은 A씨의 행태는 모두 현행 사립학교법과 초중등교육법 위반이다. 현행 법은 학교 운영과 교사 임면에 대한 책임과 권한을 교장에게 일임하고 있다. 이사장을 필두로 한 법인의 이사회의 역할은 학교 운영에 필요한 예산 의결, 교사 임용에 대한 승인 등에 국한된다. 그럼에도 A씨는 마치 자신이 교장인 듯 학교 운영 전반에 간섭하면서 교사들과 갈등을 야기했다.

A 전 이사장은 마침내 교장 자리까지 차지했다. 지난 8월 이사회를 열어 이사장직을 내려놓고 이사직만 유지한 채 교장에 선임됐다. 이사장과 교장 겸직이 불가능하자 교장을 택한 것이다. 9월 교장에 취임한 A씨는 임기가 한참 남은 전 교장을 평교사로 발령 냈고, 공석이던 재단 산하 H중학교 교장도 겸임하고 있다.

그러나 시교육청은 더 이상 학교 정상화가 불가능하다고 판단, A씨에 대해 이사장 재직 시 학교장의 권한을 침해한 책임을 물어 임원취임 승인취소와 학교장 지위에 대해서도 해임요구 조치를 결정했다. 교장이 되고 싶었던 이사장은 결국 교사들의 버림을 받고 학교 밖으로 쫓겨난 셈이다.

이대혁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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