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성 최하위 E등급 판정
붕괴 우려 차량통행 금지
국비지원 근거법 개정하고도
기재부ㆍ국토부 시행령 이견
재가설 요구 4년째 묵살
시민 5만명 서명부 정부 전달
성수대교 붕괴참사가 일어난 지 21년이 지났지만 정부가 참혹한 사태를 겪고도 위험 교량에 대한 안전관리는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는 철도 횡단교량의 경우 전국의 30년 이상 된 노후 위험 육교가 70여개에 달하지만 대부분 방치되다시피 한 실정이다.
호남선 철도를 횡단하는 전북 김제시 용동 철도교량은 수명을 다한 안전등급 최하 수준의 진단을 받고 국고보조를 위해 2012년 1월 철도안전법까지 개정됐으나 정부 지원은 4년째 묵살되고 있다.
20일 김제시에 따르면 김제 용동교는 경사도가 8%로 시설기준(5%)에 미달하고, 2011년 정밀안전진단 결과 안전성 E등급 판정을 받은 재난위험시설이다. 철도청이 1985년 준공해 김제시로 이관됐다.
금산사 방향에서 김제시내로 연결되는 330m 2차선 교량은 하루 통행량이 1만9,000대에 이르고 평소 병목현상으로 극심한 교통정체를 빚고 있다. 다리 곳곳은 파손되고 부식된 철근이 드러나 있지만 임시 땜질 보수로 누더기가 돼 있다. 교량은 언제 붕괴될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는 상태로 지난해 9월부터 차량통행을 제한하고 있다. 대형차량은 10㎞가량 먼 거리를 돌아가야 하는 불편과 운송비 부담까지 떠안고 있다.
하지만 육교를 허물고 다시 설치할 경우 사업비가 240억원에 달해 재정자립도 8.6%에 불과한 김제시는 재 가설에 엄두조차 못 내고 있다. 더구나 국비지원 근거인 철도안전법까지 개정했으나 실질적 지원금을 결정할 시행령 개정이 정부 부처간 이견으로 4년 가까이 지연되고 있다.
국토부는 재정자립도에 따라 정부지원금을 차등 지원해달고 요구하고 있으나 기획재정부에서는 사업비의 50%이상은 지원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부처 이기주의와 국가적 재난위험 시설비의 지자체 떠넘기기로 대형사고 위험에 노출된 김제 시민들의 불안감은 크다.
재가설공사가 수년째 차일피일 미뤄지자 참다 못한 김제 시민들은 교량붕괴 위험성을 알리고 주민숙원 범시민 운동을 벌여 5만 여명의 서명을 받아 지난 7월 기재부 등 관련부처와 국회에 전달했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안전 불감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여홍구 전북경제살리기 김제지역본부장은 “다리가 무너질 위기에 처해 있는데도 정부는 예산타령만 하면서 주민들을 위험에 내몰고 있다”며 “성수대교 붕괴사고와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사고가 또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는 시급히 김제 용동교량 재가설 공사에 착수하라”고 촉구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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