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경문(왼쪽) NC 감독-김태형 두산 감독.
지략이냐 뚝심이냐. 창원 마산구장에서 열린 플레이오프(5전3승제) 1, 2차전에서 1승씩을 주고 받은 김경문(57) NC 감독과 김태형(48) 두산 감독이 21일부터 장소를 잠실로 옮겨 2라운드에 돌입한다.
이번 플레이오프는 김경문 감독과 '리틀 김경문'김태형 감독의 '뚝심 대 뚝심'의 대결이 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런데 김경문 감독은 명불허전의 '강공 드라이브'를 걸면서도 예상을 깬 현란한 지략을 곁들였고, 김태형 감독 역시 정중동의 변화로 단기전에 임하는 초집중 상태를 엿볼 수 있게 했다.
NC가 2-1로 역전승한 19일 2차전 8회말은 김경문 감독의 냉정과 열정을 한꺼번에 보여준 '종합선물세트'였다. 0-1로 뒤진 상황에서 선두타자 손시헌이 좌전안타로 살아나가자 두산 내야진은 희생번트에 대비한 수비 움직임을 보였다. 김경문 감독은 1루 주자를 최재원으로 바꿨고, 다음 타자 지석훈은 1볼-0스트라이크에서 번트 대신 바뀐 두산 투수 함덕주의 2구째를 공략해 좌익수 옆쪽에 떨어뜨렸다. 이미 작전이 걸려 스타트를 끊었던 발 빠른 최재원은 여유 있게 동점 득점을 올렸다.
경기 후반 박빙의 열세 상황에서 보통 말 공격을 하는 홈팀은 일단 동점을 염두에 둔 뒤 역전을 노리는 게 일반적이다. 게다가 포스트시즌이라는 큰 무대였다. 사실상 '모험'이라고 할 수도 있던 작전이 기막히게 맞아떨어진 상황에 대해 경기 후 김경문 감독은 "사실 번트를 생각했다가 볼카운트가 유리해져 승부를 걸었다"고 밝혔다. 경기를 중계한 이용철 KBS 해설위원도 "번트에 대비했던 두산의 허를 찌른 작전이었다"고 놀라워했다.
이어 '정석'대로 김태군의 희생번트로 만든 1사 3루에서 결승점을 뽑을 때는 의외로 '기교'를 부렸다. 김성욱 타석 때 볼카운트 2볼-0스트라이크에서 스퀴즈 번트 사인을 냈는데 때마침 함덕주의 폭투가 나왔다.
김경문 감독은 경기 후 짜릿했던 8회말을 복기하면서 국가대표 사령탑으로 지휘봉을 잡았던 2008년 베이징올림픽까지 거론했다. 9전 전승으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베이징올림픽 때 김경문 감독은 다소 모험이라고 할 수 있는 작전과 투수교체마다 신들린 듯 성공했다.
<p style="margin-left: 5pt;">여기에 김경문 감독은 이번 플레이오프 1, 2차전 선발 라인업을 동일하게 가동하는 '뚝심'도 선보였다. 감독들은 대부분 패배 후에는 타순에 조금이라도 손을 댄다. 이번에는 상대 투수조차 1차전 완봉으로 눌린 오른손 니퍼트에서 2차전에는 왼손 장원준으로 바뀌었지만 김경문 감독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김태형 감독의 야구도 확연하게 드러났다. 2차전에서 패전투수가 된 함덕주(20)의 기용은 결과론이지만 약관의 신예가 감당하기엔 버거운 상황이었다. 마치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 조상우의 모습이 오버랩되는 순간이었다. 결승점까지 내준 뒤에야 노경은으로 교체했지만 김태형 감독은 "함덕주는 우리 팀의 미래다. 밀어붙였어야 했다"고 말했다.
선발 장원준 역시 한계 투구수에 이른 7회말 왼손 테임즈-나성범까지 상대한 뒤 이호준 타석 때 교체 수순으로 보였지만 그대로 밀고 갔다. 단 1점 차 승부에서 '한 방'을 장착한 NC 중심 타선을 상대로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물론 김태형 감독 역시 무모한 믿음에만 의존하지는 않았다. 1차전에서 홈런을 친 홍성흔 선발 카드를 꺼낸 건 데이터와 '느낌'을 무시할 수 없었던 김태형 감독의 작은 변화다.
정규시즌에서 공격 야구의 대표였던 두 팀이지만 플레이오프에선 '양 김'의 벤치 대결이 더욱 볼 만해졌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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