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연식의 ‘마당 씨의 식탁’ 강풀의 ‘무빙’ 골드키위새의 ‘죽어도 좋아♡’ 이상규의 ‘호랑이형님’ 억수씨의 ‘Ho!’가 2015년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했다. 오늘의 우리만화상은 전년도 9월부터 올해 8월까지 20회 이상 연재되거나 출판된 작품 905점 중 가장 뛰어난 5편의 작품을 선정하는 행사다.
홍연식의 ‘마당씨의 식탁’은 해체돼 가는 한국 대가족의 모습을 주인공 ‘마당’과 그 부모의 관계를 통해 풀어낸 작품이다. 마당은 병든 부모의 통원 치료를 위해 부모의 집을 정기적으로 방문하며 죄책감을 느끼지만 자신의 단란한 가족 생활을 지키고 싶어 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것을 꺼린다. 마당 가족의 모습은 핵가족이 확산된 현대 한국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심사위원인 박인하 청강대 교수는 “사실적이면서 동시에 판타지한 접근이 돋보인 작품”이라 평가했다. ☞레진코믹스 ‘마당 씨의 식탁’ 보러 가기
강풀의 ‘무빙’은 ‘타이밍’을 잇는 초능력 액션만화다. 초능력자 고등학생 김봉석, 장희수, 이강훈을 중심으로 이들의 초능력을 놓고 쟁탈전을 벌이는 남북 국가정보기관 사이의 암투를 그리고 분단 현실과 억압적인 국가 권력을 향한 비판을 녹여냈다. 심사위원인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기성 작가의 클래스가 돋보이는 작품”이라 평하며, 2010년 이후 슬럼프에 빠진 것으로 평가되던 강풀이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을 발휘했음을 긍정했다. ☞다음 만화속세상 ‘무빙’ 보러 가기
골드키위새의 ‘죽어도 좋아♡’는 이루다 주임의 직속상사 백 과장이 주변 사람들이 그가 죽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할 때 실제로 죽음에 이르고, 이루다 주임은 그 때마다 시간이 하루 전으로 되돌아가는 타임리프 현상을 겪는다는 내용이다. 문제는 백 과장이 성질 나쁜 ‘꼰대’ 혹은 ‘맨스플레이너(여자를 가르치려 드는 남자)’라는 것. 그러다 보니 백 과장의 죽음과 이루다 주임의 타임리프는 수차례 반복되고, 이루다 주임은 타임리프를 막기 위해 그의 성격 교정을 요구하며 좌충우돌한다.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개념을 로맨틱 코미디로 변주해낸 솜씨가 돋보인다.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신세대 작가의 감성을 살린 작품”이라 평가했다. ☞다음 만화속세상 ‘죽어도 좋아♡’ 보러 가기
이상규의 ‘호랑이형님’은 조선 초기 한반도 북방의 산속에서 살아가는 인간과 동물, 중국의 신화집 ‘산해경’의 괴물들이 등장하는 판타지 만화다. 옛 주인 아린의 후손인 아랑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하는 호랑이 산군이 아랑사를 납치하려는 흰눈썹의 수하와 맞서는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 앞으로 전개될 내용은 훨씬 방대하다는 것이 작품 속에서 암시된다. 사실적이고 정밀한 작화와 독특한 세계관,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숨가쁜 연출로 저연령층 위주의 네이버 웹툰에서 순식간에 독자들을 휘어잡았다. 박인하 교수는 “준비된 신인의 데뷔작으로 보기 드문 뚝심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평가했다. ☞네이버 웹툰 ‘호랑이형님’ 보러 가기
억수씨의 ‘Ho!’는 대학생 김원이가 학원강사 아르바이트 중 청각장애인 초등학생 Ho(본명 윤호)를 만난 후 9년 동안 두 사람이 성장하는 이야기다. 일본 온라인 커뮤니티 2ch(니챤네루)에 게시된 익명 글타래(threadㆍ여러 개의 짧은 게시물을 한 묶음으로 연결한 게시글) ‘“따님을 주십시오”라 말하러 간다ㅋ’를 한국 실정에 맞게 각색했다. 어린 시절 청각장애인 Ho를 편견 없이 바라봐준 원이 덕분에 Ho는 사교성 좋은 사람으로 성장하게 되고, 취업과 연애에 실패하고 백수로 살던 원이는 성인이 된 Ho의 격려로 낮은 자존감을 극복하게 된다. 박인하 교수는 “작화와 연출이 빼어나고 웹툰의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작품”이라 평했다. ☞네이버 웹툰 ‘Ho!’보러 가기
오늘의 우리만화상은 1999년 제정됐고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 한국만화영상진흥원과 한국만화가협회가 주관한다. 선정위원회에는 심사위원 총 35명이 참여해 3차례로 나뉘어 작품을 심사했다. 시상식은 11월 3일 서울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리는 제 15회 만화의 날 기념식에서 개최된다. 수상작에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과 각 500만원의 상금이 수여된다.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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