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오스틴 텍사스 대학은 석유 산업의 활황으로 기부금이 쏟아진 덕분에 지난 3년간 등록금을 올릴 필요가 없었다. 새로 지은 건물에 기부금을 낸 기업의 이름을 붙이고, 1920년대 석유 개발 붐 당시를 추억하며 ‘펌프 잭’(석유를 뽑는 기계)을 체육관 바깥에 세우기도 했다. 기부금이 대학 운영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980년대 3%에서 10%로 급상승했다.
그러나 유가 하락으로 감원 등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선 석유기업이 기부금을 줄이면서 학교 공사, 장학금 지급 계획 등에 차질이 생겼다. 텍사스 A&M 대학에서 30년간 기부금 담당한 보브 워커는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이던 시절, 우리는 참 많은 선물을 받았다” 고 말했다.
유가 하락으로 석유 재벌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이들에게 기부금의 상당 부분을 의지했던 미국 대학이 직격탄을 맞았다고 AP통신이 20일 보도했다.
AP에 따르면, 국제 유가가 2014년 여름 이후 종전 대비 50% 이상 급락하고 이런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석유 기업 의존도가 높은 알래스카, 오클라호마, 루이지애나 주의 대학의 내년 학교 운영에 비상이 걸렸다. 오클라호마대학은 3억7,000만 달러를 들여 미식축구 경기장을 전면 개보수하려던 계획을 축소했다. 루이지애나 대학은 기부금의 25%를 차지하던 석유 기업 지원금이 10%로 줄었다.
미국 내 석유 생산량의 상위권을 차지하는 텍사스 주와 캘리포니아 주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다양한 산업 덕분에 석유 재벌에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돼 다른 지역 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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