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 강탈된 후 102년 만(2012년)에 되찾은 ‘주미 대한제국 공사관’이 2017년 개관을 목표로 19일(현지 시간)부터 복원 공사에 들어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건물 실측과 자료 수집, 인허가 등 필요한 절차를 완료하고 본격 복원 작업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1889년부터 약 16년간 대한제국의 공사관으로 쓰였던 이 건물은 백악관에서 동북쪽 직선거리로 약 1㎞ 떨어져 있다. 지하 1층, 지상 3층 벽돌 구조로 1877년 준공됐으며 옛 대한제국이 외국에 설치한 공관들 가운데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다른 공관과 달리 이 건물은 유일하게 고종이 직접 매입해 사용했다. 이는 1887년 주미전권공사 박정양을 미국에 파견할 때 외교활동에 간섭하려던 청나라의 요구를 무시한 점과 맞물려 ‘대한제국이 자주 외교를 시도했다’는 상징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국권을 강탈한 일제는 이 건물을 1910년 단돈 5달러에 매각했고, 민간과 정부의 꾸준한 노력과 더불어 350만 달러(약 40억원)의 매입비용을 들인 뒤에야 2012년 이 건물을 되찾을 수 있었다.
미국 헌팅턴 라이브러리에 소장된 공사관 내부 사진(1893년)과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에 보존된 옛 대한제국 공문서들이 건물 복원 과정에서 귀중한 자료로 활용된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이 건물 1층이나 2층 내부를 공사관으로 쓸 때와 최대한 가깝게 재현할 계획이다.
다만, 원형을 추정할 자료가 없는 3층은 주미 대한제국공사관의 역사와 대한민국의 발전상 등을 소개할 전시공간으로 꾸밀 계획이고, 건물 뒤쪽 공간에는 창덕궁 후원을 본뜬 한국식 정원을 조성할 예정이다. 새로 단장된 건물은 주미 한국대사관과 워싱턴 한국총영사관, 한국문화원과 더불어 대한민국의 외교 역사 탐방 경로로 활용된다. 김종헌 배재대 교수는 “공사관이 사용되던 1890년대는 우리나라의 격동기면서 근대화 문물이 미국을 통해 우리나라로 넘어오던 일종의 상징적 시기”라며 “우리나라가 다른 문화나 문명과 교류하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복원공사에는 약 45억 원이 소요될 예정이며, 전시물품 확보나 전시공간 구성 같은 다른 작업을 포함하면 모두 약 100억 원이 투입될 전망이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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