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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흑자로 독서 투자한 스웨덴 에스킬스투나 시

입력
2015.10.1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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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에서 기차로 1시간 30분 떨어진 에스킬스투나. 지난해 11월 10일 스웨덴 총리가 이 도시의 시립도서관을 방문했다. 모처럼 재정 흑자가 나자 그 돈을 미래 세대의 독서에 투자한 에스킬스투나 시의 결정에 깊은 인상을 받고 격려하기 위해서다.

에스킬스투나 시립도서관 입구. 열람실로 들어가기 전에 안내 데스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에스킬스투나 시립도서관 입구. 열람실로 들어가기 전에 안내 데스크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경제 위기에 따른 문화예산 축소는 스웨덴이라고 다르지 않다. 2007 금융 위기 이후 500개 정도의 작은 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그런데 에스킬스투나는 다른 선택을 했다. 이민자많고 실업률이 높은 이 도시를 살리려면 어린 세대가 책을 더 많이 읽고 공부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 시의회가 독서진흥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사업 명칭부터 ‘독서투자’(스웨덴어 ‘래사트닝’)다. 보통 도서관이나 관련 단체가 예산 지원을 요청해야 선심 쓰듯 정치인들이 나서는 것과 달리 지자체의 제안으로 시작됐다는 점에서 스웨덴에서도 독특한 사례다.

2014년 시작된 이 프로젝트는 에스킬스투나의 1~9세 어린이 1만 1,000여명이 대상이다. 시교육위원회, 학교, 도서관이 협력해 진행한다. 사서, 교사, 학부모, 독서 전문가 등 6명의 위원들이 어린이집이나 학교에 가서 아이들이 책 읽기에 흥미를 갖도록 수업이나 자문을 해주고, 위원들이 제공하는 매뉴얼과 조언에 따라 교사들이 이후 독서활동을 이끈다. 에스킬스투나 시립도서관이 이 프로젝트를 성공리에 출발시키면서 에스킬스투나가 속한 쇠름란트 지역 9개 지자체 전역으로 확대됐다. 에스킬스투나도서관의 카린 제테베리 관장은 “아이들에게 책을 읽고 싶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게 우리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프로젝트에 따라 지난해 첫 1년 간 에스킬스투나의 30개 학교가 도서 구입과 교육 등의 용도로 각각 5만 스웨덴크로나(한화 682만원)를 지원 받았다. 올해는 어린이집으로 사업을 확대한다.

에스킬스투나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아빠와 딸.
에스킬스투나 시립도서관에서 책을 읽는 아빠와 딸.

에스킬스투나 시립도서관은 스웨덴 예술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2007년부터 해온 10대 청소년들의 북클럽 ‘책벌레’로도 유명하다. 이 프로그램을 주도한 제테베리 관장은 “수천 명의 아이들이 방과후 활동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월 1회 모임에서 무슨 활동을 할 것인지는 전적으로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따르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12~15세, 15~18세, 두 그룹이 있다. 8~9세 아이들의 모임도 따로 있다. 꼭 책만 읽는 게 아니다. 사서와 함께 영화를 보러 가기도 하고 글쓰기도 하고 매년 가을 스웨덴에서 열리는 예테보리국제도서전에 가서 작가를 만나 인터뷰도 한다. 제테베리 관장은 “책벌레 모임을 통해 아이들은 친구를 사귀고 책과, 도서관과 친해진다. 사서들도 아이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직접 파악할 수 있어 좋다”며 “책벌레 모임 아이들은 도서관(을 알리는) 외교관”이라고 말했다.

이 도서관의 공간은 아기자기하면서 편안하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다 함께 이용하는 이 곳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추리소설을 모아놓은 코너 ‘꼬마 탐정 미니도서관’은 명탐정 셜록 홈즈의 응접실처럼 꾸며 놓았다. 고풍스런 보라색 소파와 묵직한 탁자, 탐정 모자처럼 생긴 전등갓이 달린 작지만 아늑한 공간 옆에는 실험실처럼 생긴 탐정놀이 방이 딸려 있다. 지문 감식 장비와 확대경 등을 갖춘 이 방에서 아이들은 흰 가운을 입고 과학수사관이 된 양 여러 가지 체험을 한다. 경찰관과 경찰관이 도서관에 와서 아이들을 만나거나 아이들이 경찰서로 찾아가기도 한다.

에스킬스투나는 올 가을 또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1년 중 44번째 주의 짧은 가을 방학(10월 26일~11월 1일)을 ‘책 읽는 방학’으로 만드는 계획이다. 9월 말 예테보리도서전에서 스웨덴 교육부 장관이 ‘가을방학=책 읽는 방학’이라고 선포하면서 공식화했다. 귀여운 털실 뭉치처럼 생긴 캠페인 캐릭터 괴물이 도시 여기저기에 등장해 아이들을 만나고 도서관마다 다양한 이벤트를 벌여 축제처럼 꾸릴 예정이다. 이를 위해 독서운동을 지원하는 민간 재단이 시와 협력하고 있다. 에스킬스투나는 그렇게 독서로 미래에 투자하고 있다. 에스킬스투나=글ㆍ사진 오미환 선임기자 mh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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