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추진해 온 현대증권 매각 작업이 결국 무산됐다. 인수계약 직전까지 갔던 일본계 오릭스 그룹이 부정적 여론에 밀려 19일 인수 포기를 전격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대증권 매각이 원점으로 돌아가면서 현대그룹 재무구조 개선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이날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그간 현대증권 인수 절차를 밟아오던 오릭스PE코리아(오릭스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는 지난 16일 지분 인수계약 기한이 종료된 이후 계약의 연장 여부를 논의한 결과, 계약을 해제하기로 결론짓고 이를 현대그룹 측에 통보했다. 현대증권의 최대주주인 현대상선은 이날 “현대증권 매각 관련 주식매매계약이 해제됐다”고 공시했다.
앞서 현대그룹은 지난 6월 오릭스PE코리아에 현대증권 발행주식의 22.56%를 6,475억원에 매각하는 내용의 지분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양측은 이달 16일까지 거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거래 종결기한을 뒀다.
당초 양측의 거래는 금융감독 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거쳐 지난 9월 완료될 것으로 관측됐지만, 이달 14일 열린 증권선물위원회 정례회의에도 관련 안건이 상정되지 못했다. 현대증권을 오릭스와 공동 인수하려 했던 자베즈파트너스와의 이면계약 의혹이 제기되자 당국이 이를 해소할 서류보완을 요청했지만 오릭스 측이 제출을 미뤘기 때문이다. 앞서 자베즈는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현대증권 지분 9.54%와 관련해 오릭스로부터 연 7.5%의 금리를 보장받고 손실보전도 약정 받은 사실상의 대출성 투자였다는 논란이 제기되면서 현대증권 인수에서 빠진 바 있다.
결국 오릭스는 현대증권 인수를 둘러싼 국내 부정적 여론 등을 감안해 이번에 계약 해지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면계약 의혹 외에도 일본계 자금의 국내 증권사 인수에 대한 반감, 정치권에서 제기된 현대그룹과의 ‘파킹 딜’(매각한 지분을 추후 되사오는 거래) 의혹 등이 부담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높다.
2013년 발표한 3조3,000억원 규모 자구계획을 현대증권 매각으로 마무리하려던 현대그룹의 재무구조 개선 일정에도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시장에 대우증권 등 대형 매물이 나와있어 당분간 재매각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런 우려 탓에 현대증권 최대주주인 현대상선 주가는 이날 7.07%나 급락했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현대그룹과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 등과 논의해 향후 일정을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