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가의 이름은 외우기 쉽지 않습니다. 작가 이름뿐만 아니라 캐릭터 이름도 좀처럼 익숙해지지 않아요. 다른 아시아 국가들보다 더 어렵습니다. 한국계 미국인인 저도 어려운데 일반 독자들은 더 심하지 않을까요.”
미국 펭귄출판그룹의 문학전문 임프린트 펭귄프레스의 편집장인 에드 박(한국명 박준서ㆍ45)은 지난 8일 서울 수송동의 한 호텔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한국 작가와 편집자들은 한국 이름이 해외 독자들에게 발음이 어렵고 각인이 잘 되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해 소설을 펴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여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는 한국문학번역원이 주최한 국제워크숍에 참석해 ‘이름(The Names)’이라는 주제로 발표했다.
박씨는 미국에서 나고 자란 이민 2세로 그 동안 대학 교수, 소설가, 서평가 등을 거쳤다. 뉴요커, 빌리지보이스, 뉴욕타임스 등에서 서평가 또는 서평 편집자로 일하다 컬럼비아대로 옮겨 문예창작 강의를 하던 중 2011년 아마존 출판그룹의 소설 부문 편집장으로 발탁됐다. 독창적인 감성과 안목으로 재능 있는 신인 작가를 소개하며 미국 출판계에 영향력 있는 인물로 떠오르는 그는 “다양한 직업을 거친 것이 편집자로서 도움된 듯하다”며 “출판계에 한국 동포들이 많지 않은데 내가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씨는 2009년 소설 ‘퍼스널 데이스’로 펜-헤밍웨이상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고교 시절부터 책에 관한 기사와 책을 편집해왔는데 이는 내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이라며 “편집자로 오래 일한 것이 글 쓰는 데도 도움 된다”고 말했다.
박씨는 “한국어를 몰라 한국 소설을 많이 읽진 못했지만 한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에 관한 건 뭐든 관심이 간다”며 “한국은 내 정체성의 일부분”이라고 했다. 좋아하는 작가로 이기호, 장정일, 장은진 등을 꼽은 그는 가장 흥미진진했던 책으로 ‘한중록’과 ‘난중일기’를 꼽았다.
미국 출판계에서 한국 문학이 차지하는 영역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여전히 작다. 그는 다른 아시아 국가에 비해 한국 문학이 미국 출판계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이유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역사적으로 미국과의 관계에서 중국이나 일본 등에 비해 덜 부각됐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추측했다.
소설가 신경숙 표절 문제에 대해선 “미시마 유키오의 ‘우국’은 읽어봤지만 신경숙의 ‘전설’을 읽어보지 않아 이렇다저렇다 말하긴 힘들다”면서도 “미국 문학계에선 흔한 일이 아니지만 이런 일이 미국서 일어나 표절이 의도적이었다면 작가가 사과를 하고 책도 모두 판매 중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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