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초보'의 어색함은 없다. '준비된' 김태형(48) 두산 감독이 가을야구를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말 신임 감독으로 부임한 김태형 감독은 아직까지 '초보 감독'이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하지만 올해 정규시즌에서 새내기 감독 중 가장 좋은 성적을 낸 김 감독은 포스트시즌에서도 성적뿐 아니라 화려한 입담으로 상대와의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대를 압도할 정도다.
평소에도 위트가 있는 말솜씨를 자랑하지만 이번 가을야구를 수놓은 그의 '입담'에는 한 단계 더 높은 '의도'가 깔려 있다. 선수단 분위기 조성을 위해서다. 김태형 감독은 "선수들에게 여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큰 경기일수록 벤치의 분위기 싸움이 큰 영향을 미친다. 초보 감독의 '긴장'이 선수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질 수 있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뭉쳐서 움직여주길 바랐다. 절실한 마음도 있지만 선수들을 편하게 해줘야 할 것 같았다"고 말했다. 포스트시즌이기 때문에 긴장감을 더 높이기보다 편안하게 평소의 기량이 발휘될 수 있도록 분위기를 조성한 까닭이다.
이미 준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부터 김 감독의 여유는 눈길을 모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넥센이 1경기만 치르고 준플레이오프에 올라오자 "재미있게 안 봤다. 염경엽 넥센 감독이 운이 좋은 감독이구나 생각했다"며 '강펀치'를 날렸다. 넥센 투수 조상우에게는 "걱정을 굉장히 많이 했다. 어리니까 아무 것도 모르고 감독이 던지라니까 죽어라 던지는데 나중에 후회할 것이다"고 말해 염경엽 감독을 당황시키기도 했다.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는 NC가 지명타자 이호준의 '1루수 히든카드' 가능성을 내비치자 "워낙 수비가 뛰어난 선수라 어떻게 공략할지 고민이다"고 눙쳐 웃음을 자아냈다.
사령탑의 여유는 벤치에도 고스란히 녹아 들고 있다. 두산은 페넌트레이스와 다름 없이 밝은 분위기로 가을잔치를 치르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나도 포스트시즌을 많이 뛰어 봤지만 아무래도 그런 부분이 중요한 것 같다. 선수 시절 김인식 (두산) 감독님이 계셨을 때도 포스트시즌이라고 특별한 이야기를 들어본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물론 분위기만 이끄는 것은 아니다. 상대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치밀한 준비도 뒷받침돼야 한다. 김 감독은 "세밀한 부분은 코칭스태프가 함께 준비를 해왔다. 선수들은 나가서 자기 기량을 발휘할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진=김태형 두산 감독.
창원=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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