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긴급이사회 소집 절차 생략, 총괄회장 해임 자체 무효 될 수도
신동주 측 日 롯데홀딩스 지분 29.7%, 신동빈은 지분 1.4%밖에 없어
종업원지주회 27.8%지분에 달려, 시간 걸려도 마음 돌아서게 할 것"
“처음에는 (SDJ 코퍼레이션 고문을) 맡을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런데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얘기를 들어보니 이것은 아니다 싶었다.”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이 최근 경영권 분쟁 때문에 설립한 SDJ코퍼레이션에서 고문을 맡고 있는 민유성 전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지인의 소개로 신 전 부회장과 오래 전부터 알고 지냈다. 1954년생 동갑내기인 두 사람은 미국에서 유학해 평소 영어로 대화한다.
민 고문은 롯데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을 이해하려면 신동빈 롯데 회장이 벌인 중국 사업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8월 신 전 부회장은 신 회장이 부친인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중국에 진출했다가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신 총괄회장은 중국 투자 규모가 “3조원”이라고 이야기했으나 그 이상일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이 중국서 벌인 사업은 무엇이 문제인가
“차라리 유통만 했으면 괜찮았을 텐데 부동산 개발을 같이 했다. 중국 베트남 등에서 상가 등을 지어 일종의 뉴타운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여러 개 했다. 그런데 분양이 잘 되지 않아 잠재부실로 남게 됐다. 이를 신 총괄회장이 알고 그룹 전체 문제로 번질까 봐 크게 화를 냈다. 신 회장은 특히 일본 롯데홀딩스에 중국의 잠재부실을 매울만한 규모의 유보금이 있다는 점을 주목했던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일본 롯데홀딩스를 장악하면 이 유보금을 한국으로 들여오기가 용이해져 중국 부실을 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일본 롯데홀딩스 지분이 오너 일가와 여러 투자회사, 종업원 지주회와 임원 지주회 등으로 분산돼 있다.
“종업원 지주회와 임원 지주회가 갖고 있는 지분은 무늬만 주식이다. 일종의 차명계좌다. 신 총괄회장이 지분을 나눠주면서 액면가로 사고 팔게 하고 의결권도 지정한 제 3자에 맡기도록 했다. 대신 당시 연 2, 3%였던 일본 은행금리보다 훨씬 높은 12% 배당을 약속했다. 따라서 소유만 다른 사람일 뿐 오너 일가의 의사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는 주식이다. 그래서 이를 지난번 기자회견 때 상법에 없는 ‘경제적 지분 가치’라고 설명했다.”
-종업원 지주회와 임원지주회 지분을 신 회장이 가져간 것인가.
“그렇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그 과정에 큰 실수가 있었다. 긴급이사회를 열어 총괄회장 해임 결의를 했는데 사전 통지 절차를 생략했다. 그래서 이 부분에 대해 소송을 냈다. 이사회가 무효화 되면 총괄회장 해임 자체가 무효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특이한 것은 일본 롯데 홀딩스의 직원이 120, 130명인데 이를 대표한 종업원 지주회 이사장 혼자서 지분 27.8%를 소유하고 있다. 신 회장은 이 사람을 잡았다. 신 총괄회장이 갔어도 직원 의결권을 갖고 얘기할 상황이 아니었다. 신 회장은 롯데홀딩스 지분이 1.4% 뿐이어서 종업원 지주회 지분이 필요했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자신의 지분 1.62%와 광윤사 지분 28.1%를 합쳐 29.7%를 갖고 있다. SDJ측은 종업원 지주회를 신 전 부회장 쪽으로 돌리는 작업을 할 것이다. 그 와중에 약 30% 지분을 가진 대주주로서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 감시를 할 것이다. 직접 경영을 하지는 못하지만 임원들의 비리나 배임, 주주 이익에 반하는 잘못된 결정에 대해 민·형사 소송을 들어갈 것이다.”
실제로 신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는 18일 롯데그룹에 앞으로 업무보고를 하라고 요구했다. SDJ측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에 위치한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 관리를 전날부터 롯데와 공동으로 하는 만큼 경영 보고를 같이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롯데 측은 “SDJ 측은 롯데와 관련 없는 별개 회사여서 경영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선이 화두로 떠올랐다. 신 전 부회장도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롯데호텔의 기업공개에 찬성하나.
“신 전 부회장도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은 적기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순환출자구조를 80%만 해소하고 20%는 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장하면 투자자들이 지분 구조도 제대로 모르고 투자하는 꼴이 된다. 순환출자도 100% 다 풀어서 깔끔하게 지주회사 체제를 만들어 뉴욕이나 런던, 상하이 증시에도 상장을 하자는 얘기다. 지금 상장 하는 것은 마치 설계도 없는 건물을 파는 것과 똑같다.”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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