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인권 정면 거론에도
6자회담 겨냥한 전략적 카드
"핵보유국 인정받기 속셈" 분석
북한이 한미 정상회담 직후 미국에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을 거듭 촉구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비핵화와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거론한 한미 정상회담 결과에 대해 즉각 비난을 쏟아 붓거나 반발하기 보다 대화 행보를 앞세웠다는 점에서다.
북한은 17일 한미정상회담이 끝난 지 20시간 만에 외무성 성명을 내고 미국을 향해 한반도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할 것을 재차 촉구했다. 북한은 지난 9월 리수용 외무상이 유엔총회 연설을 통해 평화협정 체제로의 전환을 언급한 이후 줄기차게 평화 체제 카드를 제기하고 있는 모습이다. 북한은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앞둔 7일에도 미국에 한반도 평화 협정 체결을 위한 대화 의사를 전달했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이번 회담에서 한미 정상이 북한 문제와 관련해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핵은 물론 인권, 통일 문제까지 예상보다 강도 높은 수준으로 제재와 압박으로만 일관한 점을 감안하면, 북한이 반발은커녕 선제적으로 대화를 촉구하는 반응은 이례적이란 분석이다. 물론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주장은 핵 보유국 위치에서 미국과 관계개선을 하고 싶다는 뜻이어서 한국 미국 등은 수용하기 힘든 부분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주장은 향후 북미 대화와 6자 회담을 겨냥해 내놓은 전략적 협상용 카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18일 “한국과 미국이 비핵화를 강조하는데 맞서 북한은 핵 군축을 기반으로 한 평화협정 카드를 내세운 것”이라며 “만약 나중에 6자 회담 테이블에 나서더라도 북한의 핵 보유를 인정하라는 식의 몸값을 올리려는 전략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장 대화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보였다기 보다는 탐색전 수준에서 평화협정 의제화에 나섰다는 것이다.
특히 다수의 전문가들은 북한의 평화협정 체결 주장을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북한의 공식 반응으로 보기에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교수는 “북한은 8ㆍ25 합의 이후 열병식 도발을 자제하는 등 나름 성의 표시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한미 정상은 기존 인식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크게 반발하는 반응을 조만간 낼 것으로 예상된다”며 “북한 입장에선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의 골만 깊어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20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의 경우 북한 입장에서도 먼저 판을 깨면 부담이 커 그대로 진행하겠지만, 이후 당국간 회담 등에선 북한이 소극적으로 나올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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