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전 포항, 미분양 5000가구… 766가구 완전분양 신화 주인공
분양실패 사업장 맡아 1개 동 철거, 대규모 유럽형 공원조성해 대박
“주택건설업체는 기업 이윤을 줄이는 한이 있더라도 입주민들이 편안한 집을 지어야 한다. 건설사가 아니라 입주민 입장에서 지으면 주민들이 편하고, 궁극적으로 건설사의 이익증대로 이어진다. 입주민이 행복한 아파트를 지어 향토기업으로 책임을 다하겠다.” 경북 포항시에 본사를 둔 삼구건설㈜ 최병호(59ㆍ사진) 회장의 경영철학이다.
삼구건설은 지방건설사이지만 아파트 분양 때마다 전국 대형 건설사 못지 않게 분양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포항지역 미분양아파트가 5,000가구가 넘던 2010년 4월, 분양과 함께 미분양으로 쌓이던 시기에 신흥 택지지구인 양덕지구에 766가구를 성공적으로 분양해 놀라게 했다. 같은 양덕지구 2차 820가구는 1차보다 더 높은 경쟁률을 보였고, 2013년 3차 730가구, 4차 1,059가구 등 총 3,375가구를 접수 하루 만에 분양했다. 최 회장을 만나 포항시민들의 유별난 삼구 사랑의 배경과 기업인으로서 경영철학 등에 대해 들어 보았다.
_포항지역 주택 시장 상황이 침체된 상황에도 양덕지구에 아파트 3,375가구를 성공 분양했다.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이익을 줄이고 살기 좋은 집을 만드는 데 노력한 덕분 인 것 같다. 양덕지구 트리니엔 1차의 경우 다른 건설사가 짓다가 부도로 시공 중단한 아파트를 사서 다시 분양한 현장이다. 공정률이 60% 이상이었는데 인수하자마자 96세대의 한 개 동을 허물었다. 대신 다른 동에 1개 라인을 증축해 50세대를 늘렸는데 결과적으로 46세대를 없앤 것이다. 동간 거리가 넓어졌고 축구장 면적의 1.5배에 달하는 유럽형 공원을 조성했다. 당시 세대 당 분양가가 2억원 이었는데 철거 비용 등을 합치면 100억원이 넘는 이윤을 포기한 셈이다. 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분양이 잘 돼 프리미엄이 붙는 아파트로 소문나 브랜드 가치가 올라가고 기업이미지도 상승했다. 이후 2차 분양 때는 실사용 면적을 최대로 누릴 수 있게 모든 방을 베란다 쪽에 배치하는 4-Bay 평면도를 선보였다. 3차, 4차 단지 분양 때는 22자 장롱크기의 초와이드 붙박이장을 제공했다. 해마다 땅값과 자재 값이 상승했지만 지역 사정을 고려해 적정 분양가를 책정하고 고객들의 요구 사항을 최대한 수용해 집을 지었다. ‘삼구가 지으면 다르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분양이 잘됐다.”
_그만큼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다. 힘들었던 점은.
“지역 경제 사정은 외면하고 집만 팔면 그만이라는 소위 ‘먹튀’자본인 외지 건설사와 경쟁이 힘들었다. 주택건설이야말로 지역성이 강한 사업이다. 지역 경제의 규모에 맞춰 공급과 수요의 균형을 맞추고 수많은 지역 협력업체들과 손발을 맞춰야만 지역 경제의 상생 효과와 고용유발을 동반한다. 하지만 분양시장의 활황이 시작되면 자사 이익에만 급급한 타지 대기업 아파트 브랜드들이 몰려든다. 이들은 지역 경제는 안중에도 없이 물량공세를 한다. 묻지마 청약이 이뤄지고 전국 투자자들이 몰려와 분양시장을 장악한다. 협력업체도 모두 외지 기업들이다. 분양이 끝나면 철수한다. 지난 2007년과 2008년 대구나 포항 등 지방에 준공 후 미분양까지 생긴 것도 이처럼 지역 경제 사정은 고려하지 않은 외지 대형 건설사들의 과열 분양 때문이었다. 지역 경제와 지역민은 어떻게 되든 관심 없고 주택 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외지 건설사들의 횡포가 지금도 일하기 가장 힘든 부분이다”
_포항 양덕지구 4차 단지 분양 이후 2년 만에 신규 아파트 사업에 나섰는데 포항에서 아직 변두리에 속하는 흥해를 선택한 이유는.
“포항 북구 흥해 초곡지구는 민간 도시개발사업으로 조성됐지만 공기업인 경북개발공사가 시행을 맡아 추진, 공공택지 못지 않은 쾌적함을 자랑한다. 이달 말 우리가 1,609가구를 분양할 초곡지구는 트리니엔 외에도 5,000가구가 들어설 대단지다. 단지 안에 초ㆍ중ㆍ 고교가 들어선다. 지구 바로 옆에 선린대가 있다. 또 지구 내 포항공대 퇴직 교수들이 거주할 교수촌 아파트도 예정돼 있다. 따라서 전국 최고의 교육환경을 자랑하는 지곡주택단지와 견줄 초곡지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여기에 지구 인근에 3,100가구가 들어설 예정이다. 초곡지구는 북쪽으로 영덕과 울진, 남쪽으로 경주는 잇는 7번 국도가 지난다. 특히 올 4월 개통된 KTX 서울-포항 노선의 종착역인 포항역과 자동차로 5분 거리다. 우수한 교육여건과 최상의 인프라를 갖춘 지구라 할 수 있다.”
_주택 시장 침체기에도 분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지만 포항 경제 상황이 그 어느 때보다 좋지 않은데 이번 초곡지구 분양도 잘 될 것으로 기대하는지.
“전체적인 경기가 좋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아파트 분양 시장은 현재까지 활황이 계속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는 신규공급물량과 입주물량, 미분양물량으로 따지는데 우선 포항의 아파트 공급물량이 2008년부터 급격히 줄어 2014년까지 7년 동안 평균 2,200가구에 불과했다. 입주물량도 마찬가지다. 올해는 1,763세대였고 내년 입주물량은 459세대뿐이다. 올 7월 현재 72세대로 파악될 정도로 거의 전무하다. 미분양이 없고 입주물량과 공급물량은 평균 이하인데 아파트 매매 가격도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가 호조세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저금리가 지속되면서 투자수요의 활발한 참여와 실수요자의 적극적인 투자도 가세하고 있다. 게다가 초곡지구는 교육여건과 생활편의시설이 완벽하다. 또 삼구 트리니엔은 분양 단지마다 높은 프리미엄을 만들어 냈다. 초곡신도시에 첫 분양의 가치를 노리는 투자자와 전세 탈출을 꿈꾸는 실수요자들의 많은 선택을 기대한다.”
_포항상공회의소 소속 상공의원으로 오래 활동하고 있다. 경제인으로서 정부나 자치단체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주택분양사업은 지역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지역기업이 연고지에서 주택을 지을 경우 일정한 혜택을 주는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 예를 들면, 재개발 재건축 사업 진행 시 지역건설업체에는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는 것이다. 또 지역기업이 진행하는 지역분양사업은 은행 금리를 낮춰 주는 것이다. 외지 대기업들은 단순히 이익만을 생각하고 돈만 벌고 빠지는 방식으로 지역 주택시장을 흔들어 놓는다. 그 뒤 부담과 손해는 고스란히 지역기업과 지역민이 떠안게 된다. 지역 경제발전이나 지역민의 행복추구 차원에서 지역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되는 제도가 필요하다.”
● 약력
포항 동지고ㆍ포항대학 토목도시과 졸업
계명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자과정 수료
대한주택건설협회 경상북도회장 역임
대한주택건설협회 중앙회 감사
제22대 포항상공회의소 상공의원
국무총리 표창장(2005년)
대통령 표창장(2009년)
은탑산업훈장(2013년)
김정혜기자 kj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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