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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 100세 노인에 선물 은술잔, 합금으로 교체

입력
2015.10.18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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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총리가 100세된 노인에게 선물하는 은술잔 사카주키
일본 총리가 100세된 노인에게 선물하는 은술잔 사카주키

일본의 도모타로 아이카와씨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당시 출생해 지난해 100세가 됐다. 이 때문에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로부터 축하편지 한 통과 은으로 만든 조그만 술잔(銀盞)을 선물 받았다. ‘100세 축하주’ 한잔 하라는 의미가 담긴 선물이다.

100세가 된 노인들에게 은으로 만든 술잔 ‘사카주키’를 선물하는 것은 일본에선 반세기 동안 유지된 전통이다. 은술잔엔 ‘내각총리대신’이란 글자와 함께 ‘고코부키(壽)’라고 새겨져 있다. 축복과 장수를 뜻한다.

하지만 재정난이 심각해지면서 내년부턴 100세가 된 노인들이 은이 아닌 ‘합금’술잔을 선물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월스트리스저널 등에 따르면 일본정부는 내년 관련예산을 절반으로 축소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결정했다. 기념 은잔을 제공한 1963년 당시 153명에 불과하던 100세 노인이 50년 만에 190배나 늘어난 게 배경이다. 지난해 2만9,300명을 위해 지출한 비용은 26억원 정도. 2050년엔 100세 인구가 100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돼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정부는 구리, 니켈, 아연을 합금한 술잔을 대신 만들자는 구상이다. 직경 3.5인치인 사카주키의 크기를 줄이는 것도 검토 중이다. 현재 순도 99.99%의 은제품에 선물용 나무상자까지 포함하면 개당 가격이 8만원 정도 든다. 합금으로 바꾸면 절반 값으로 제작이 가능하다. 올 6월에 열린 정부 자문위원회에선 위원 5명 중 2명이 선물 프로그램을 아예 없애자고 주장했다. 히토츠바시(一橋)대학의 사토 모토히로 교수는 “과거 100세가 된다는 건 매우 큰 뉴스였다. 계속 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너무 매정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많다는 게 정부의 고민이다. 노인단체 매니저인 준코 고노씨는 “선물 보내기는 계속돼야 한다. 100세 도달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그들이 사회에 공헌한 점을 정부는 감사표시하고 가능하면 순금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자문위에 속한 40대 후반 교수도 “개인적으로 나도 장수해 순은 제품을 받고 싶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도쿄에 사는 시주코 아사노(96) 할머니는 “그 선물 안받아도 상관없다, 오히려 내가 육체적으로 더 힘들어질 때 의료도움을 잘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시큰둥해했다. 도모타로(101)씨도 은제 사카주키는 장롱 속에 있어 사용하지 않는다며 “선물을 중단해도 큰 불만은 없을 것이다, 이 문제가 젊은 세대의 부담으로 작용해선 안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대안을 제시했다. “선물 보내는 기준을 현재의 100세에서 110세로 올리는 것도 방법이 아니겠냐”고 말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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