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미군의 아프간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폭격의 진실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미군의 아프간 국경없는의사회 병원 폭격의 진실은

입력
2015.10.18 14:04
0 0
7일 스위스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MSF 조앤 리우 국제회장. AP
7일 스위스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MSF 조앤 리우 국제회장. AP
3일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쿤두즈 MSF 병원 공습 직후 의사들이 환자에 대한 응급 조치를 하고 있다. MSF
3일 미군의 아프가니스탄 쿤두즈 MSF 병원 공습 직후 의사들이 환자에 대한 응급 조치를 하고 있다. MSF
미군 공습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의 MSF 병원에서 11일 한 아프가니스탄인이 친척의 시신을 찾기 위해 병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쿤두즈=신화 연합뉴스
미군 공습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쿤두즈의 MSF 병원에서 11일 한 아프가니스탄인이 친척의 시신을 찾기 위해 병원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쿤두즈=신화 연합뉴스
3일 미군 공습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의 국경없는의사회(MSF) 병원 직원들이 부상당한 채 병원 인근 건물에 피신해 있다. MSF AP
3일 미군 공습을 받은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의 국경없는의사회(MSF) 병원 직원들이 부상당한 채 병원 인근 건물에 피신해 있다. MSF AP

지난 3일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두즈 지역의 국경없는의사회(MSF) 외상센터에 가해진 미군의 공습은 전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결국 지난 7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직접 MSF 조앤 리우 국제회장에게 사과 전화를 걸었지만 파장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세계의 비정부기구(NGO)들은 이 사건이 “전쟁 기간 인도주의적 지원을 보장하는 제네바 협약 및 다른 국제 규범에 대한 존중이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민간인과 다른 인도주의기관 노동자들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혼돈과 아비규환… 간호사가 증언하는 병원 공습

“폭발음과 울부짖음과 혼돈이 지배했다.” 국경없는의사회(MSF) 한국지부는 지난 5일 쿤두즈 병원의 간호사 라조스 졸탄 젝스가 공습 당일의 상황을 증언한 내용을 공개했다.

그는 공습당일 병원 내 안전실에 잠을 자다 새벽 2시쯤 엄청난 폭발음에 잠에서 깼다. 잠에서 깬 그는 평소 멀리서 들리는 폭격과 폭발음이 아닌 너무나 가깝고 큰 소리에 혼란스러웠다고 밝혔다. 폭격이 시작된 지 약 30분 후, 동료 응급실 간호사가 그의 이름을 불렀다. 그는 팔에 큰 부상을 입었으며 온 몸이 피투성이였다. 그는 “동료의 모습을 보는 순간 도대체 무슨 상황인 줄 알 수 없었고, 충격 속에 멍하니 있었다”고 증언했다.

폭격이 멈추고 30분쯤 지나 그는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와 함께 밖으로 나갔다. 그는 파괴돼 불타고 있는 병원을 보고 다시 한 번 망연자실했다. 부상을 입은 생존자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 비틀거리며 안전실로 들어갔다.

그는 불타고 있는 건물 한 곳을 들여다 보고 끔찍한 광경에 말을 잃었다. 그는 “집중치료실 안에서 환자 6명이 병상에 누운 채 불타고 있었다”며 당시 상황을 전했다. 수술실에서 폭격을 맞은 한 환자는 수술 테이블 위에 숨져 있었다. 그는 “다행히 수술실에서 가까운 입원환자 병동은 피해가 없었고, 다들 옆방에 있는 안전한 벙커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MSF의 활동가들은 즉각 대규모 사상자 대응체제를 만들어야 했다. 바로 부상당한 환자들의 긴급 수술에 들어갔다. 심각한 부상을 입은 환자는 사무실 테이블 위에서 수술을 받다 사망했다. 전날 밤 그와 함께 물품 재고 확인 계획을 세우던 동료 약사도 사무실에서 목숨을 잃었다.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의료활동을 펼쳐온 MSF의 활동가들이었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너무나 큰 충격에 일부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울부짖기만 했다고 그는 증언했다. 그는 “올 5월 이곳에 온 이후 심각한 의료상황을 많이 목격했지만, 이것이 동료들에 관한 것이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심각성을 전했다.

이날 병원에는 환자 및 보호자 105명, MSF 국제활동가 및 현지 직원이 80여명 있었다. 최대 30분간 이뤄진 쿤두즈 병원 공습으로 지금까지 MSF 소속 12명과 환자 10명이 사망했고 37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MSF는 지난 9일 아직까지 24명의 의료진과 9명이 실종된 상태라고 밝혀 사상자 규모가 더 커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당시 쿤두즈 MSF 외상센터는 지난달 28일 발생한 정부군과 반군 세력의 대규모 교전으로 부상을 당한 환자들로 가득 찬 상황이었다. 쿤드즈 병원은 환자들에게 구명 치료 및 팔다리 외상 치료를 모두 무료로 제공하는 곳으로, 아프가니스탄 북동부 전역에서 이런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시설이라고 MSF는 밝혔다.

지난달 28일 교전 이후 MSF 쿤두즈 병원은 아동 46명을 포함한 171명의 부상자를 치료했다고 밝혔다. MSF 아프가니스탄 현장 책임자 길렘 몰리니는 “전례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환자들이 입원하고 있어, 병상을 급히 92개에서 110개로 늘렸다. 그래도 부상자들이 계속 도착해 복도며 사무실까지 병동 곳곳에 130명이 머물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병원이 교전 부상자들로 넘쳐나는 상황에서 미군의 공습이라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난 것이다.

이번 쿤두즈 병원 공습은 이 의료자선단체가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한 35년 역사에서 입은 가장 큰 인명피해다. 하지만 이 것이 MSF를 상대로 한 첫번째 공격은 아니다.

2004년 6월에는 아프가니스탄 바드기스 주에서 현장활동을 하던 활동가 5명이 병원에서 살해됐다. 소비에트 점령 지역, 내전 지역, 탈레반 점령지역에서 활동 중이었던 MSF는 미국 주도의 연합군이 군사활동과 인도주의적 구조활동의 구분을 불명확하게 만들어 활동가들을 위험에 몰아넣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MSF는 아프가니스탄 13개 주에 1,400명의 현지 활동가들로 구성돼 있었다. 그러나 활동가들의 사망으로 활동가의 안전을 보장하기 힘들어 MSF 역사상 처음으로 철수할 수 밖에 없었다. MSF는 5년이 지난 2009년에야 아프가니스탄으로 돌아왔다.

MSF는 1980년부터 아프가니스탄 활동을 시작했다. 80년대 초반 환자를 돌보기 위해 활동가들이 의료 장비를 당나귀에 싣고 여행하는 사진이 MSF 활동의 상징이 될 만큼 널리 호응을 받았으며, 분쟁지역의 가장 깊숙이 들어가 의료지원을 하는 것으로 명성을 쌓았다. MSF는 아프가니스탄 활동 재원을 모두 민간 기금에 의존하며 정부 기관 지원금은 받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MSF는 카불 동부의 아마드 샨 바바 병원, 카불 서부의 다쉬트-에-바르치 산부인과, 헬만드 주 라슈카르 가 지역의 부스트 병원 등에서 활동 중이다. 동부 코스트 지역에서는 산부인과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에 공습을 받은 쿤두즈 병원은 지난해 한 해 동안 2만 2,000여명의 환자를 치료했으며 5,900건 이상의 수술을 진행했다.

“처음으로 들어가 마지막으로 나온다(First in, Last out)”는 MSF

MSF의 수난은 아프가니스탄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년간 이들은 이라크에서 추방됐다가 돌아오는 우여곡절을 겪었고, 소말리아에서는 무장 반군에게 활동가가 납치돼 16명의 구호요원이 살해되는 비극적인 사건을 겪고 지난 2013년 철수하기도 했다.

최근 난민들의 집단 탈주가 이어진 시리아에서도 지난해 5명의 활동가가 북부 시리아에서 납치돼 몇달간 무장 단체의 포로가 됐다가 풀려났다. 지난 1월 수단 남부 코르도판 지역의 MSF 운영 병원은 수단 공군의 폭격을 받아 부상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부터 MSF가 운영하는 남수단 리어 지역의 병원도 약탈과 파괴의 대상이 됐다. 현지 교전이 급증하고 민간인을 겨냥한 폭력사태가 급증해 지난 7월 리어 지역에서 소규모 의료팀으로 활동을 재개할 수 있었던 단체는 MSF뿐이었다. 이들은 피난민을 위한 이동 진료소 활동을 했으나 치안이 악화돼 결국 이번달 들어 25년간의 남수단 리어지역 활동을 접고 철수를 결정했다.

1971년 프랑스에서 창설된 MSF는 다른 인도주의단체들이 거의 가지 않는 분쟁지역에서까지 활동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처음으로 들어가서, 마지막으로 나오는(first in, last out)” 접근방식이 이들의 기치다. MSF는 위험을 무릅쓴 활발한 활동으로 주목을 받아 1999년 노벨평화상을, 지난달에는 에볼라 피해를 입은 여러 국가에서 실시한 단체의 활동을 인정받아 ‘앨버트 앤 메리 래스커 재단’에서 올해 수여하는 래스커 상 가운데 공공 서비스 부문상을 수상했다. MSF 설립자인 베르나르 쿠슈네르는 프랑스 외무장관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MSF “전쟁에도 규칙이 있다” 공정 조사 촉구

MSF는 미군의 이번 쿤두즈 공습에 대한 독립적이고도 공정한 조사를 요청한 상태다. 지난 7일 리우 회장은 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유엔 유럽본부에서 이번 사건에 대한 국제인도주의 사실조사위원회(IHFCC)의 조사를 요청했다.

리우 회장은 연설에서 “쿤두즈에 있는 수만 명의 사람들이 더 이상 그들에게 꼭 필요한 의료 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었다”며 “전쟁에도 규칙이 있다”며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 그는 이번 공격이 제네바 협약에 대한 공격이라고 밝혔다. 제네바 협약은 전쟁에서의 인도적 대우에 관한 기준을 정립한 국제 협약으로, 2차 세계대전 이후 1949년 최종적으로 4개의 협약으로 만들어졌다. 제네바 협약에서 전쟁 지역의 민간인 보호를 명문화함에 따라 의료팀이 전쟁터에서 활동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MSF는 미국과 아프간이 내 놓는 해명이 계속 어긋나는 상황에서 공격을 둘러싼 사실과 정황의 조사를 제네바 협약에 대한 추가 의정서에서 구성된 IHFCC가 맡기를 요청했다. IHFCC는 국제인도법 위반 사항을 조사한다는 구체적인 목적이 수립된 유일한 영구 기관이기 때문이다. IHFCC는 1991년 세워졌지만, 한번도 실제로 위원회가 열린 적은 없다.

지난 12일 옥스팜과 세이브더칠드런 등 24개 NGO들은 MSF의 요청에 지지하며 유엔 회원국들에게 지체없는 조사 투입을 촉구했고 IHFCC는 “MSF와 접촉 중이며 조사를 수행할 준비가 됐다”면서도 국제사회의 동의를 얻은 조사 요구가 있어야만 위원회를 열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CNN은 지난 16일 쿤드즈 병원 공습 초기 조사 결과 미 정부가 공습 장소가 병원인 것을 알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이 정보는 공습 현장의 군인들에게까지 전달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병원과 모스크, 학교와 같이 제한된 지역은 저항세력이 있다 하더라도 군대가 공격할 수는 없다. 미국 정부는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공식 확인을 해 주고 있지 않지만, 이는 미군이 알고도 병원을 공격했다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그 동안 미군은 위치정보시스템(GPS)상 병원의 위치 검토 여부를 밝히지 않았다. MSF는 병원의 GPS 정보를 미군, 연합군, 아프간 정부군 관계자들과 정기적으로 공유해 왔다고 밝힌바 있다.

박소영기자sosyou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