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최진철호가 '이승우 원맨팀'이라는 편견을 벗어 던지며 이변을 연출했다.
최진철 감독이 이끄는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칠레 코킴보의 프란시스코 산체스 루모로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국제축구연맹(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B조 '우승후보' 브라질과 1차전에서 결승골을 뽑아낸 장재원(17•울산현대고)을 포함해 선수 전원의 고른 활약 속에 1-0 승리를 거뒀다. 지난 9월 수원컵에서 0-2로 완패하는 등 역대 전적에서 1무5패로 밀려 있던 브라질을 상대로 따낸 첫 승이었다. 승점 3점을 획득한 한국은 1-1로 비긴 같은 조의 잉글랜드와 기니(이상 승점 1)를 제치고 조 단독 선두에 올랐다.
당초 최진철호는 브라질전에서 에이스 이승우(17•FC바르셀로나B)에게 더욱 의존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주 공격수인 장결희가 발목 부상으로 결장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진철 감독은 사전에 약속한 대로 개인보다는 팀 전체가 빛나는 축구로 브라질을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이날 이승우는 전반 9분 김정민(금호고)의 중거리포가 상대 골키퍼 펀칭에 맞고 흘러나오자 재빨리 슈팅으로 연결했다. 골키퍼의 선방으로 골이 되지는 못했지만, 그의 득점본능을 알 수 있었던 장면이다. 이승우는 후반 24분에는 페널티지역 왼쪽 외곽 프리킥 상황에서 오른발 슈팅을 날리며 브라질 골키퍼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골문 왼쪽 구석을 살짝 빗나가는 위협적인 슈팅이었다.
<p align="left">최전방으로 나선 이승우는 상황에 따라 동료들에게 슈팅 기회를 제공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감독의 주문대로 개인보다는 팀 플레이에 치중했다. FIFA 홈페이지는 이날 "이승우가 뛰어난 활약을 보여줬다"며 "브라질의 수비수와 미드필더 사이에서 공간을 찾아 들어갔고, 득점 기회까지 얻어냈다"고 평가했다. 이승우는 경기 뒤 "팀 전체가 90분을 열심히 버텨 승리해 기쁘다"며 "선수들 간에 서로 믿음이 강하다. 나를 믿어주는 동료에게도 고맙다"고 전했다.
<p align="left">덕분에 다른 선수들도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뽐낼 수 있었다. 이상헌(울산현대고)은 후반 34분 문전 오른쪽 구석에서 페널티지역 중앙으로 볼을 내주며 장재원의 골을 이끌어냈다. 이상헌은 후반 추가시간 속공 상황에서도 화려한 드리블로 브라질 수비수 3명을 제치고 날카로운 슈팅을 날려 모두를 놀라게 했다.
<p align="left">한국은 이날 슈팅수(7-5개)와 유효슈팅수(5-1개)에서 오히려 우위를 점했다. 최진철호는 전체적인 조직력과 수비력에서 지난달 끝난 2015 수원 컨티넨탈컵 U-17 국제청소년축구대회 때와 달라진 면모를 보였다. 당시 나이지리아(1-1)와 크로아티아(2-2), 브라질(0-2) 등 강팀들을 만나 2무1패의 저조한 성적을 낸 최 감독은 향후 수비와 조직력 보완에 역점을 두겠다고 다짐했다. 불과 한 달 만에 약점을 크게 보완한 셈이다. 브라질은 한국보다 파울수(14-20개)가 적었지만, 후반 39분 지오바니의 퇴장이 뼈아팠다. 제 아무리 브라질이라도 수적열세인 상황에서 10분도 채 되지 않는 남은 시간에 골을 넣을 수는 없었다.
<p align="left">최진철 감독은 경기 뒤 FIFA 공식 홈페이지와 인터뷰에서 "선수들에게 (경기 전) 우리의 자존심을 지키자는 얘기를 했다"며 "선수들이 동료와 팀을 위해 희생정신을 발휘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장재원은 "내 골이 결승골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동료가 실점하지 않아 가능했던 일"이라고 겸손해했다. 한국은 21일 아프리카의 복병 기니와 맞붙고 24일에는 강호 잉글랜드를 상대한다.
사진=최진철 감독(KFA 제공).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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