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공동개발 등 협력 무산"
주당 18만3000원… 6051억 규모
넥슨 600억 가량 환차익
김택진 엔씨 대표는 2% 취득
지분 12% 늘려 최대 주주로
국내 최대 게임업체 넥슨이 보유하던 엔씨소프트 지분을 전량 매각하면서 치열했던 경영권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넥슨은 엔화 가치 하락으로 600억원 가량 환차익을 거뒀고 엔씨는 최고경영자(CEO)의 지분 추가 확보를 통해 경영권을 다지면서 두 업체 모두 윈윈이라는 분석이다.
넥슨 일본법인은 16일 자사와 자회사인 넥슨코리아가 갖고 있던 엔씨소프트 지분 전량(15.08%)을 전날 시간 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했다고 도쿄증권거래소를 통해 공시했다. 주당 매각 가격은 약 18만3,000원으로 총 6,051억 규모다. 오웬 마호니 일본 넥슨 대표는 “당초 엔씨에 투자를 통해 원활한 협력을 기대했지만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처분하기로 했다”며 “지분 매각으로 확보한 자금은 신규 사업 투자와 주주이익 환원에 쓸 것”이라고 밝혔다.
넥슨이 매각한 지분 중 약 2%는 김택진 엔씨 대표가 취득했다. 나머지 지분 약 13%의 행방은 인수자가 공개되지 않아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게임업계에서는 나머지 지분의 규모가 커서 중국 게임업체를 비롯한 여러 투자자들이 쪼개서 샀을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한 곳이 5% 이상 사들였을 경우 5일 이내 금융감독위원회와 증권거래소에 보고해야 한다. 따라서 나머지 지분의 행방은 다음주 중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엔씨의 주주 구성은 1대 주주 국민연금(12.22%), 2대 주주 김 대표(11.99%), 3대 주주 넷마블게임즈(8.93%)로 재편됐다. 여기서 김 대표는 임직원 지분을 합치면 보유 지분률이 12.4%까지 올라가 사실상 최대 주주 지위를 회복하게 됐다.
이번 매각을 통해 양 사의 불편한 동거가 약 3년 만에 마무리됐다. 넥슨과 엔씨는 2012년 미국 게임업체 일렉트로닉아츠(AE) 공동 인수를 목표로 넥슨이 엔씨 지분 14.68%(주당 25만원ㆍ총 8,045억원)를 사들이며 손을 잡았다. 하지만 이 계획이 불발되고 게임 공동 개발도 번번이 무산되면서 관계가 악화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배경을 감안하면 넥슨의 이번 결정이 시기적으로 절묘한 선택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지난해 10월10일 12만7,500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던 엔씨 주가는 넥슨과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이날 종가 기준 19만6,500원까지 올랐다. 여기에 넥슨이 엔씨 지분을 매입했던 2012년 엔 환율이 약 1,480원이었으나 최근 950원대로 약 50% 떨어져 환차익을 보게 됐다. 한화로 계산하면 2,000억원 정도 손해라고 볼 수 있으나, 이를 넥슨 일본법인이 엔화로 결산하면 오히려 538억엔에 산 지분을 약 600억엔에 넘긴 것이 된다. 엔씨 측도 치열했던 경영권 갈등을 종결 짓고 안정적인 경영권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이서희기자 sh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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