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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어린 여중생과의 성관계 법원은 끝내… “강간 아닌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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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살 어린 여중생과의 성관계 법원은 끝내… “강간 아닌 사랑”

입력
2015.10.16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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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도소 접견록ㆍ이메일 내용 등 보면 강간 당했다는 진술은 믿기 어려워"

징역 9년 원심 깬 대법원 판단 인정

"우리 관계는 연인 사이" 주장한 남성, 여중생이 낳은 아들 인정 않고 항소

무려 27살 어린 여중생과 성관계를 맺어 아이까지 낳게 한 40대 기혼남성에게 법원이 끝내 “무죄”를 인정했다. 당사자인 여중생이 부인하고 있는데도 두 사람이 연인으로 보이고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을 뿐이어서 미성년자 강간범이 아니란 취지다.

서울고법 형사8부(부장 이광만)는 16일 아동ㆍ청소년 성보호법 위반(강간)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46)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이 지난해 11월 징역 9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고법으로 돌려보내며 밝힌 무죄 취지를 그대로 인정한 것이다. 검사가 재상고하면 대법원이 최종 판단하겠지만, 대법원이 스스로 직전 판단을 뒤집을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했던 사이”로 사건이 매듭지어진 셈이다.

이날 재판부는 “대법원의 파기환송 취지대로, 두 사람의 접견록과 이메일 내용을 보면 조씨가 피해자 의사에 반해 범행했다는 여중생의 진술을 선뜻 믿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앞서 대법원은 “범행사실의 직접 증거는 여중생의 진술밖에 없다”며, 소녀가 동거하던 조씨가 다른 형사사건으로 구속되자 매일 찾아가 “보고 싶다”“함께 살자”고 말한 점과, ‘오빠’‘자기야’ 등 호칭을 쓰며 카카오톡 메시지 수백여 건을 보낸 점을 무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도 피해자가 조씨의 위력으로 추행, 강간을 당했다면서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점에 무게를 뒀다. 재판부는 “(피해자 진술 외에) 조씨가 강간사실을 알리면 보복하겠다는 협박을 했거나 폭행하고 만남을 강요한 다른 증거도 없다”고 못박았다.

조씨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인정한 1,2심에서 각각 징역 12년과 9년의 중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법원이 인정한 그의 범행은 치밀했다. 2011년 조씨는 아들이 입원한 병원에서 15살이던 여중생 A양에게 ‘연예기획사 대표’라며 접근했다. 이후 언어표현 능력이 미숙한 A양을 자신의 차로 데려가 추행했고, 성관계를 수 차례 가졌다. 조씨는 A양에게 유사성행위를 시키면서 그 장면을 촬영했다. A양이 임신했을 때는 화를 내면서 “당분간 연락하지 말라”고 야단을 쳤다. 이에 A양이 손등을 흉기로 그은 사진을 카톡 사진으로 올리자 그는 다시 연락해 거짓 편지를 쓰게 하면서까지 A양을 가출시켜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기까지 했다.

1,2심 재판부가 대법원 지적처럼 A양이 누구에게도 피해를 알리지 않고, 되레 조씨의 면회를 가거나 사랑 고백 글을 보낸 사실을 간과한 건 아니었다. 다만, A양이 임신 사실이 들통나는 것을 감수하고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웠고, 사랑 고백 글을 보내지 않으면 조씨가 크게 화를 내곤 했다는 A양의 진술을 정황상 신빙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무엇보다 우연히 만난 아빠 또래의 조씨에게 갑자기 호감을 가져 연인으로 생각해 성관계를 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대법원이 이를 뒤집자 “어린 여중생의 심리상태 등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않았다”“어떻게 27살이나 어린 학생과 성관계를 한 것이 죄가 안되냐”는 비판이 거셌다. 법률오류만 따지는 대법원이 사실관계를 서류심리로 파기한 것도 논란이 됐다. 현행법이 미성년자라도 13세 이상이면 ‘합의에 의한 성관계’를 인정하는 것 역시 문제로 부각됐다. 미국 루이지애나주의 경우 17세 미만 아동ㆍ청소년과의 성관계는 합의 여부와 상관없이 처벌하고 있다.

이날 법정에서 조씨는 “무죄”란 최종 주문이 떨어지자 재판장에게 허리를 굽히며 거듭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 취재진에게는 “A양이 잘 되길 바란다. 한 번도 그를 원망해본 적 없다”고 했다. 하지만 A양과의 관계에 대해 “사랑이었다”고 주장한 조씨는 A양이 낳은 아들은 자신의 아이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 그는 A양이 2013년 조씨를 상대로 낸 친생자 인지 소송에서 승소하자 불복해 항소한 상태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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