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는 한국형 슈퍼맨이라 했다. 또는 한국의 리암 니슨이라고도 칭한다. 배우 손현주의 수식어다. 중년의 남자배우 중 거의 유일하다시피 스릴러에 능숙하고 익숙한 배우다. 손현주가 세 번째 스릴러 영화 '더 폰'(22일 개봉)으로 관객들과 만난다. 손현주는 2013년에는 스릴러 장르로 누적관객 500만 명을 넘긴 '숨바꼭질', 2014년 '악의 연대기'를 내놨다. 세 번째 스릴러물 '더 폰'은 시간을 초월해 범인과 사투를 벌이는 가장의 이야기를 그린다. 1년 전 살해된 아내로부터 전화를 받은 변호사는 시간을 되돌리면 살릴 수 있다는 생각에 사건 해결에 뛰어든다. '우연이 세 번이면 인연'이라는 말처럼 같은 장르의 거듭된 선택은 의도라고도 읽혀진다.
-시사 후 호평일색이다.
"내가 나온 영화를 좋다고 하면 안되지 않나(웃음). 다음 주면 관객이 심판할텐데 모든 것은 관객에게 맡긴다. 사랑해주면 다행이겠다."
-연이어 스릴러물에 출연했다.
"2012년 드라마 '추적자 더 체이서'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어서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 '더 폰'까지다. 실제로 스릴러나 공포물은 좋아하지 않는데 긴장감 속에 사투를 벌이거나 누굴 살려야 하는 내용을 좋아한다. 리암 니슨, 해리슨 포드,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숨바꼭질'부터 '더 폰'까지 다소 식상하다는 얘기도 있다.
"세 작품 모두 색깔이 다르다. '숨바꼭질'은 편히 사는 집에 다른 누군가가 사는 상황이 재미있었다. '악의 연대기'는 잘못된 과오를 감춰야 하는 주인공의 심리를 쫓아보고 싶었다. '더 폰'은 시나리오를 딱 5분 보고 느낌이 왔다. 살해당한 아내로부터 전화가 온다는 소재를 김봉주 감독이 어떻게 풀까 궁금했다."
-그럼에도 스릴러물을 선택하는 이유라면.
"촉박한 상황에서 약자가 큰 벽과 싸우는 모습이나 그런 현실을 이겨내는 작품들을 좋아하다. 내가 선택을 하든, 감독이 날 선택하든 세 작품에서 공통적으로 보여지는게 주인공의 두려움이다. 영웅이 아니기에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감 말이다. 그런 역경을 헤쳐 나가는 역할이 재미가 있다."
-전작들보다 액션신을 많이 소화했다.
"사실 이렇게 몸을 많이 쓸 줄 몰랐다. 선배들이 뭐라고 할지 모르지만 힘의 한계를 느꼈다. 힘도 길러봤는데 부족하더라. 이번에는 손톱도 부러지고 어깨 인대가 늘어나고 늑골이 부러졌다"
-대중은 왜 스릴러 장르의 손현주에게 열광할까.
"특별한 사람이 아닌 나를 통해 깰 수 없는 벽이나 바위를 깨보는 심정이 아닐까."
-극중 아내 엄지원과는 전화 통화 연기가 많았다.
"실제 만나 촬영한 분량은 2~3회차 밖에 되지 않아 어색한 점이 많았다. 얼굴을 안보고 연기하는게 힘들었다. 이 숙제를 어떻게 풀까 고민을 많이 했다. 같이 녹음하고 따로도 해봤는데 감정 전달이 얼굴을 맞대고 하는 것만 못했다. 눈을 보고 얘기해야 교감이 이뤄진다."
-배성우와는 호흡이 어땠나.
"이번이 처음인데 함께 연기하는 분량이 많아 아내처럼 자주 만났다. 열 원빈이 와도 안바꿀 귀한 후배다. 흰 페인트를 칠한 벽이다. 아직 채워갈게 엄청 많다. 그런데 같은 날 개봉하는 '특종:량첸살인기"에도 나온다. 허허허."
-시간을 초월한 소재는 자칫 관객들에게 혼란을 줄 수도 있다.
"한국적 스릴러든 한국적 SF든 진정성이 보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래서 평소 작품보다 헐씬 더 많이 감독과 얘기를 많이 했다. 내가 알아야 할 게 더 많았다."
-부처님 오신 날 거리 장면이 인상적이다.
"이제 말하지만 전쟁터 같았다. 연등 퍼레이드가 배경인데 만약 못 찍으면 1년을 기다려야 했다. 100여 명의 제작진들이 초긴장상태였다. 종로 5가부터 광화문 이순신 동상까지 걸어오는 동안 기가 빠져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다행히 일반 촬영인줄 알고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지 않았다."
-청계천 추격신 때는 개울에 빠지기도 했다.
"95% 가까이 밤에 찍었다. 청계천 을지로 무교동 종로 등지에서 찍는데 이상하게도 오후 11시가 지나니 사람들이 한 명도 없어 수월하게 찍었다. 시내 전체에 촬영팀 밖에 없어 오픈세트 같았다."
-그동안 불륜남 대통령 노숙자 등 다양한 역할을 해봤다.
"몇년 전만 해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역할들을 많이 했었다. 최근에야 복수를 위해 나서는 가장을 해봤고. 걔 중에 제일 편한 역할은 노숙자다. 아무데나 누워도 되고 의상 반납을 안해도 된다."
-'더 폰' 시사 후 차기작으로 코미디를 꼽았다.
"4~5년 무겁게 갔다. 힘에도 부친다. 주위는 물론 전혀 상관 없는 사람들도 염려하는 부분이다. 그들이 눈이 제일 객관적이다. 이제 스릴러는 한 템포 쉬어야 할 시점 같다. 내년에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작품을 하려고 한다. 코미디를 코믹하게 재미있게 해보고 싶다."
-영화에서 고등학생 딸은 둔 가장이다. 실제 아빠 손현주는 어떤가.
"딸도 고등학생인데 친구 같은 사이다. 내 작품의 모니터 겸 조력자다. 지금까지 시사회에 다 참석해 재미있다 없다를 가감없이 얘기해줬다."
사진=호호호비치 제공
이현아 기자 lalala@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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