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전신인 OB 시절부터 '포수 왕국'으로 불렸다. 프로야구 원년인 1982년 입단 동기인 김경문(NC 감독)과 조범현(kt 감독)을 시작으로 90년대에는 김태형(90년•두산 감독), 이도형(94년ㆍNC 코치), 최기문(96년ㆍNC 코치), 진갑용(97년ㆍ삼성 전력분석원), 홍성흔(98년ㆍ두산) 등 타 팀에선 10년에 한 번 나올까 말까 한 걸출한 포수를 끊임없이 배출했다. 2000년대에도 양의지(2007년)가 나타났다.
18일부터 5전3승제 플레이오프에서 맞대결을 벌이게 된 김경문(57) 감독과 김태형(48) 감독의 인연은 그 중에서도 더 특별하고 공통점도 많다. 김경문 감독은 김태형 감독이 입단한 90년 태평양으로 트레이드됐다가 91년 OB로 돌아와 은퇴했다. 98년부터는 OB 배터리코치로 복귀했다. 김태형 감독은 2001년까지 OB(두산)에서만 뛰었다.
김경문 감독은 82년 OB의 우승에 기여했고, 김태형 감독은 95년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주전 포수로, 2001년 우승 때는 최고참급으로 후배들을 이끌어 우승을 함께 했다. 2004년 김경문 감독이 두산 지휘봉을 잡은 뒤 김태형 감독은 배터리코치로 김경문 감독을 도왔다.
둘 모두 수비형 포수로 화려한 족적을 남기진 못했지만 강인한 리더십으로 앞장서는 스타일이다. 두산 사령탑 시절 김경문 감독은 김성근 한화 감독 못지 않은 '원 리더'의 대표 주자였다. 때문에 당시 두산의 베테랑 선수들과 갈등도 있었지만 지금 NC에서는 김경문 감독과 3년째 함께 하고 있는 이호준(NC)이 "감독님께서 이렇게 베테랑들을 예우해주실 줄 몰랐다"고 말할 정도로 색깔이 바뀌었다.
김태형 감독은 현역 고참 시절 늘 선수단을 진두지휘했지만 사석에서는 누구보다 농담을 즐길 정도로 후배들이 따르는 스타일이었다. 지휘봉을 잡고서도 그 성향은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두 감독은 세밀한 작전보다는 과감한 공격을 권장하는 야구 성향과 결단력도 비슷하다. 김태형 감독은 취임 초기 "김경문 감독님께 많은 것을 배웠다"고 말했고, 김경문 감독도 "김태형 감독과 내 스타일이 비슷한 것 같다"고 밝혔다.
김경문 감독이 두산 지휘봉을 내려 놓았던 2011년 김태형 감독도 시즌 종료 후 SK 배터리코치로 이적했다. 그 때부터 김경문 감독의 두산 후임설이 나돌았던 김태형 감독은 주변 시선이 불편해지자 잠시 팀을 떠나기로 했고, 올 시즌을 앞두고 감독으로 금의환향했다. NC는 외국인선수 특혜가 사라져 4강도 어려울 것이라던 전문가들의 예상을 비웃고 창단 3년 만에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쾌거를 이뤘다. 김태형 감독은 데뷔 첫 해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하고 플레이오프까지 올랐다.
사연 많은 닮은 꼴 사령탑이 벌이는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진출의 주인공은 누가 될지 궁금하다.
성환희 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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