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날은 꿈이었던 순간이 현실이 되기까지는 가까웠다. 열정, 노력, 감각 세 가지가 있었고 혹독한 훈련을 참아낼 수 있는 것도 시간이 지나니 내겐 선물이었다”
럭셔리한 살롱도 넘치지만 쉽게 문을 닫고 여는 청담동에서 7년째 굳건하게 입지를 확실히 하고 있는 헤어숍이 있다. 바로 ‘스타일플로어.’ 이 곳엔 밝은 에너지를 내뿜는 임진옥 원장이 늘 함께한다.
미용실 오픈 후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다는 건 그만큼 스타일플로어에 각인된 그녀모습이 함께한다는 의미일 것이다. 트렌디한 스타일을 추구하지만 가장 기본인 베이직을 고집하는 20여년 경력의 임진옥 원장은 영국 비달사순과 토니앤가이의 정식코스를 수료한 실력파 헤어디자이너다. 감각적인 커트와 컬러 스타일 제안으로 각종 방송, 영화, 광고, 드라마에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번에 드라마를 통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문근영 단발’도 그녀의 손에서 탄생된 작품이다. 그만큼 스타들이 믿고 맡긴다는 청담동 커트의 달인, 임진옥 원장의 성공스토리를 들어봤다.
# 헤어디자이너로서 첫발을 내딛기까지
처음엔 화장품회사에 다녔다. 자연스럽게 메이크업을 접하게 됐는데 방법에 따라 얼굴이 바뀌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자신의 손으로 직접 해보고 싶은 강렬한 욕구가 솟았다. 다음날 학원을 찾았는데 메이크업 수업보다 헤어수업이 더 저렴했고 앞으로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전망이 더욱 밝다는 말에 진로를 결정하게 됐다.
메이크업 수업이 더 비쌌던 건 운명이었을지도. 일단 가장 기본인 자격증을 땄고 당시 가장 유명 미용실이었던 ‘헤어뉴스’가 그녀의 첫 직장이었다. 무서운 선배의 혹독한 훈련으로 유명했던 헤어뉴스를 견뎌낼 수 있었던 건 오로지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헤어뉴스 출신이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실력과 열정 면에서 인정받고 있고 각자 새로운 사업을 하고 있는 옛 동료들은 서로를 응원해주고 있다.
# 일주일 만에 결정해 무작정 떠난 영국 유학길, 그녀의 삶을 변화시키다
스태프에서 헤어디자이너로 남들보다 빨리 승급하게 된 임진옥 원장은 항상 배움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다. 타고난 실력, 꾸준한 노력 덕분인지 커트에서는 이미 매출 톱을 기록할 정도로 유명세를 탔지만 언제나 한구석은 ‘이게 아닌데’라는 공허함이 가득했다.
매출 톱인 만큼 시간에 쫓겨 중요한 것을 놓친다는 생각에 마음 한구석은 늘 불편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운명 같은 시간이 찾아왔다. 바쁜 일상 중 비달사순 세미나를 접하게 된 것. 쇼를 보면서 그녀는 ‘그동안 내가 고객에게 했던 커트는 쓰레기였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무조건 유학길에 올라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하고자 하니 일주일 만에 모든 것이 결정됐다. 영국으로 건너가 랭귀지 수업을 받고 10개월 과정 비달사순 코스를 거쳐 귀국했다. 임진옥 원장은 이때 생각대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에 대해 감사한 마음이다. 언어를 더 배우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때 떠나지 않았다면 기회가 있었을까 라는 생각도 한다고. 귀국 후 그녀는 이희 헤어에 들어가 활발한 활동을 꾸준히 펼친다. 이 때 탄생된 비의 샤기컷은 그야말로 대히트를 친다.
# 7년째 이어오고 있는 ‘스타일플로어’는 운명
원래는 개인 헤어숍에 대한 욕심이 없었다. 다른 디자이너들은 빨리 오픈하는 것이 꿈이었다면 임진옥 원장은 헤어디자이너로서의 즐거움과 본질을 누리고 싶었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을 때쯤 주변의 이간질을 겪었고 큰 사건이 되어 헤어숍을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다른 공부로 눈을 돌리려다 임진옥 원장의 공백을 참지 못하고 나온 식구들이 눈에 밟혔다. 그길로 그녀는 오픈했다. 처음엔 많이 울었다. 급하게 오픈 했던 만큼 생각했던 방향과 모든 것이 만족스럽지 못한 건 당연했다. 하지만 실력은 여전했고 그녀를 찾는 발걸음은 갈수록 잦아졌다.
그렇게 성공의 첫발을 내딛었다. 살얼음판을 걷는 것 같은 청담동 일대에서 7년째 꾸준한 매출의 비결이 있다면 신뢰와 기술력, 고객에 대한 믿음이다. 임원장은 유대감이 깊어질수록 더 노력하는 사람이 되는 것 같다고 한다. 안주하지 않고, 달려가는 것. 호기심이 많고 지루함을 싫어하기에 배우들 촬영도 자주 나가는 편이다. 또한 국내에 머무르지 않고 중국과 영국, 일본에 수시로 드나든다. 일본에서 손님이 되어 경영을 들여다보고, 영국에서는 문화와 기술을 접하는 식이다. 다방면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을 할 수 있는 것이 꾸준한 유지의 비결이 아닐까 한다.
# 문근영, 이보영, 전도연 등 내로라하는 배우들과 오랜 인연
오랜만에 컴백한 문근영과는 15년째 인연을 맺어오고 있다. 어린 소녀에서 성숙한 숙녀로 자라오는 동안 함께한 셈이다. 이번 작품 역시 단발 변신이 화제가 됐다. 긴 생머리가 워낙 잘 어울리기도 해 싹둑 자르는 것이 어색할 법도 한데 잘 받아들였다.
배우가 작품에 들어가게 되면 일단 시놉시스를 읽고 배역에 대한 자료를 수집한 다음 컨셉 회의를 거쳐 제안한다. 컬러와 스타일까지 감독에게 제안해 이미지화 시키는 작업을 한다.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전도연, 이보영, 김주혁, 2PM, 씨엘은 믿음과 의리로 똘똘 뭉친 사이다. 화제가 되었던 작품으로는 셀 수 없지만 특히 주목받았던 ‘배두나 커트’, ‘이보영 단발’, 김고은의 ‘차이나타운 커트’ 등이 있다.
# 헤어디자이너의 조건, 마인드컨트롤
자기관리를 잘하는 사람, 비단 외모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마인드 컨트롤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자기 관리를 잘한다는 의미다. 또한 예민했으면 한다. 상황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캐치 능력도 빠르다. 흐트럼 없이 하나를 해도 똑 부러진다는 말이 나와야한다고 생각한다. 또 하나, 성실해야 한다. 성과에 대한 기대와 인내심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감각도 노력으로 통해 이뤄낼 수 있다. 감각만 믿고 느낌대로 대충하다 보면 실패의 지름길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직원 교육에 있어서도 예전엔 엄격한 호랑이었다면 지금은 부드럽게 가르치는 편이다. 발전은 더디더라도 제자들 중에 매출이 높고 어디를 가든 ‘스타일플로어’ 출신이라는 말에 인정받을 수 있다면 감사하다.
# 스타일플로어, 뷰티한류의 중심
홈쇼핑이나 제품개발에 뛰어들지 않겠냐는 물음을 종종 받는다. 대답은 ‘노’다.
잠깐의 이미지를 위해 수명도 짧고 전문 지식이 없는 일에 뛰어든다는 것은 무모하다는 생각이다. 나는 헤어디자이너지 연구진이 아니다. 단기간에서는 효과를 보겠지만 금전적인 것 때문에 내 마음이 흐트러지는 것은 허용하기 힘들다. 사람을 만나 디자이너의 본분을 채우기도 버겁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중국진출을 염두해 두고 있다.
중국드라마 톱스타들의 헤어와 메이크업도 꾸준히 진행해 왔다. 해외에서 뷰티한류를 중심으로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픈 것도 계획 중 하나다. 그동안 인력이나 시간적으로 못했던 활동도 해나갈 생각이다. 곧 진행될 2016 SS 서울패션위크에서 스타일플로어의 헤어&메이크업을 만나볼 수 있다. 12월에는 아모스쇼가 예정돼 있다. 꾸준한 작품 활동은 스스로에게 활력이 된다.
앞으로 스타일 플로어는 기술력이 최고인 숍으로 거듭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나눔을 주는 대표가 되고 싶다. 열심히 일을 해야 이룰 수 있는, 기쁨이 있는 삶은 나누는 삶을 살고 싶다. 얼마 전 아프리카 봉사를 다녀왔다. 150명 정도 커트 기부를 통해 내가 이 직업을 택한 것이 얼마나 잘한 일인가 굉장한 보람을 느꼈다.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란 것에 큰 기쁨을 느낀다.
나에겐 헤어디자이너란 길동무다. 평생 함께할 길동무 그리고 친구.
뷰티한국 뷰티팀 solri@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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