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소쇄원의 대나무 숲을 본 순간 감명을 받아 그 감동을 작품에 반영하고 싶었습니다.”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받은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이토 도요(伊東豊雄·73)는 15일 광주 북구 광주비엔날레관에서 열린 2015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막식 프레스 오픈 행사에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광주디자인비엔날레 개막식 참석을 위해 이날 광주를 찾은 이토는 광주비엔날레 광장에 대나무와 자작합판, 스틸 등을 사용해 공간조형물인 자신의 작품 ‘윤무(輪舞)’을 선보였다. 자신의 조형물에 대해 “대나무는 일직선으로 성장하는 나무로 매우 강한 소재”라며 “지면이 건축물이라면 대나무는 자연을 나타내는데 대나무를 휘게 하여 자연을 변형하고 형태를 자연스럽게 만들어 건축물과 자연이 조화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윤무’는 한민족의 정서인 ‘신명’을 형상화한 조형물이다. 전시관 입구에 설치돼 외부에서 내부로 이어지는 동선을 따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주요 구성물인 잔디와 대나무는 관람객들의 휴식 공간이 될 수도 있다. 최경란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은 “도요의 작품은 이번 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를 알리는 공간이자 시작”이라고 말했다.
오염된 물을 정화하는 기능을 가진 가비아 공원으로 국제현상설계에 최근 당선되는 등 자연 친화적인 건축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온 이토는 “21세기 건축은 환경과 조화를 중시한다”며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이 자연과 분리된 자립형 건축이라면 21세기는 근대건축 이전의 아시아 건축에 주목해 자연과 융합하는 건축을 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건축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세계 각국에서 같은 건축물을 건설할 수 있는 시대가 왔고 이는 곧 지역을 불문하고 건축의 차별성이 없어졌다는 의미”라며 “각 지역은 저마다 역사를 갖고 있고 특성이 있는 만큼 건축 역시 지역성을 회복해 새로운 것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일제강점기 서울에서 태어나 한국과도 특별한 인연이 있는 이토는 한일 차이에 대해 “외관상 일본 사람과 한국 사람은 거의 비슷하지만 언어는 많이 다르다”며 “문화가 달라도 아버지가 도자기를 좋아해 나 역시 도자기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도쿄대 건축학과를 졸업한 이토는 2001년 일본 동북 지역인 미야기(宮城)현에 건립된 도서관 ‘센다이 미디어텍’과 도쿄의 자코엔지(座高円寺) 극장 등으로 2013년에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으로 피해를 본 이와테(岩手)현에 재난으로 삶의 터를 잃고 가설 주택에 몸을 의지한 주민들의 쉼터 ‘모두의 집’을 설계해 완성하기도 했다.
이날 개막한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서는 ‘디자인 신명(晨明)’을 주제로 11월 13일까지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일본 등 35개국 964명의 디자이너와 건축가가 3,000여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신명’은 ‘동 틀 무렵’이라는 뜻으로 ‘디자인으로 새로워지는 희망’을 뜻한다.
전시는 ▦동서 가치 융합의 신명 ▦유쾌한 디자인 나눔 ▦지속가능한 미래 ▦한중일 문화 가치 등 4가지 주제관과 3개의 본전시, 특별전으로 구성된다. 시민과 함께 한 시민프로젝트로 3,030명의 시민이 보내온 꽃 사진을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아트 작품으로 제작해 선보이는 코너도 있다.
광주=안경호기자 kha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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