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청춘이 만난다. 한 사람은 저녁 어스름의 별이다. 막 할리우드에 데뷔했고 차기작을 기다리고 있다. 야심만만하면서도 제멋대로인 듯한 이 샛별의 이름은 제임스 딘(데인 드한). 단 세 편의 영화(‘에덴의 동쪽’ ‘이유 없는 반항’ ‘자이언트’)에 출연하고 생물학적 삶을 마감한, 그래서 불멸의 청춘으로 소비되고 있는 스타다.
또 다른 청춘은 무명의 사진가 데니스 스톡(로버트 패틴슨)이다. 영화인들이 참석하는 파티에서 어슬렁거리며 ‘돈 되는 그림’을 찾으면서도 유명 사진가를 꿈꾼다. 16세에 입대한 군에서 사진을 접해 호구지책으로 삼고 있는데 재능을 꽃피울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이혼한 아내와 7세 아들을 둔 그의 사생활도 성공을 재촉한다. 출세의 사다리를 악착같이 찾고 싶은 그의 눈에 될 성 부른 딘이 들어온다. 스톡은 딘을 카메라에 담으면 도약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의 인연은 20세기 내내 세계의 청춘들을 설레게 한 강렬한 흑백사진으로 귀결된다. 긴 코트를 입은 젊은 사내가 입에 담배를 물고 어깨를 움츠린 채 비 오는 겨울 거리를 걷는 모습, 이발소 의자에 앉아 무표정하게 거울을 바라보는 예비 스타의 서민적 풍모 등은 딘의 신화에 일조했다.
영화는 둘이 만나 사진을 찍게 되는 과정을 세세히 묘사하나 60년이 지나도록 울림을 전할 사진의 탄생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막 큰 별이 되려는 젊은 배우와 기회를 잡지 못해 허둥대는 불우한 청년을 비교하며 진정한 삶의 의미가 무엇인지 탐색한다.
딘은 할리우드에서의 성공을 눈 앞에 두고서도 화려한 미래를 마음에 두지 않는다. 딘이 인디애나주의 고향을 스톡과 함께 방문했다가 고교졸업 파티에 초대돼 하게 되는 짧은 연설은 그의 인생관을 함축한다. “전 미래에 대해 말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요. 이제 여러분의 삶을 사세요. 낭비할 시간이 없어요.” 출세와 허명을 쫓다 자신의 인생을 소진하기보다 소박하더라도 현재를 즐기라는 메시지다. 반면 스톡은 성공에 목을 맨다. 독자 3,000만명으로 상징되는 잡지 ‘라이프’(말 그대로 인생)는 스톡이 꿈꾸는 화려한 미래다.
부질 없는 욕망에서 자유로운 젊은 배우와 비루한 현실에서 벗어나고픈 청년 사진가는 서로를 경원시하면서도 기이한 동업자 의식을 느끼며 시간을 초월할 흑백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그리고 스톡은 그토록 원하던 명성을 얻고 딘은 7개월 뒤 과속으로 인한 교통사고로 삶을 마감한다.
딘의 한 시절을 복원한 것만으로도 영화팬들의 눈길을 끌 만하다. 할리우드의 청춘 스타 드한의 열연은 박수 받을 만하나 딘이 지난 60년 동안 쌓은 이미지의 성 앞에선 금세 신기루가 된다. 1955년의 시대상을 스크린에 재현한 안톤 코르빈 감독의 꼼꼼한 연출력도 주목할 만하다. 15일 개봉했다. 15세 관람가.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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