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뱃값이 유독 비싼 북유럽에서는 직장 동료에게 담배 한 개비를 빌려도 반드시 갚아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때 빌려 간 담배 안 주느냐”는 핀잔을 듣는단다. 우리나라도 담배 한 개비가 225원(갑당 4,500원짜리 기준)이다. 4개비면 1,000원에 가깝다. 그 바람에 ‘담배 인심’도 사나워졌다. 당구장이나 술집에서도 담배를 얻어 피우려면 눈치가 보인다. 그래서 해외나 제주도에 갈 일이 있으면 반드시 면세점에 들른다. 여기서는 담배 한 상자에 2만2,000원이니 시중의 절반도 안 된다.
▦ 그래서 한국납세자연맹이 6일부터 시작한 담뱃세 인하 서명운동에 기꺼이 동참했다. 연맹 홈페이지에서 이름, 전화번호를 입력하면 가입할 수 있는데 동참자가 6,000명에 육박한다. 정부가 국민건강증진을 위해 흡연율을 줄이겠다고 담뱃세를 갑당 2,000원씩 올렸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사기 당했다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담뱃값 인상 직후인 올해 1월 담배판매량은 1억7,000만 갑으로 전월의 절반으로 감소했으나 이후 ‘요요현상’을 보이며 7월에 3억5,000만 갑으로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 이를 근거로 납세자연맹은 내년 담배 세수가 12조6,08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담뱃값 인상 직전인 2014년(6조7,425억원)과 비교해 5조8,659억 원이 늘어난 것으로 애초 정부가 예상했던 2조8,000억 원의 두 배가 넘는다. 이는 연말정산을 하는 전체 근로소득자의 98%가 내는 근로소득세 12조7,206억 원에 육박한다. 2013년 기준 이자ㆍ배당 등 금융소득에 물린 소득세 7조6,639억원과 부동산 자산 보유세 9조5,000억 원보다도 많다. 금연효과는 미미하고 세수효과는 확실하다.
▦ 4,500원짜리 담배를 하루 한 갑씩 1년 피우면 세금만 121만원이다. 이는 9억 원짜리 아파트 재산세와 맞먹는다. 정부가 서민 주머니를 털어 재정을 보충했다는 얘기가 일리 있는 것이다. 그러니 서민들 사이에서는 ‘담뱃값만 선진국’ ‘한 달에 100만원 버는데 담뱃값만 10만원’이라는 탄식이 나온다. 납세자연맹은 “담뱃세 인상이 흡연율을 낮추는데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으니 정부 추계액보다 더 징수된 액수만큼 담뱃세를 인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주장에 공감한다.
조재우 논설위원 josus6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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