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자보 릴레이 부르는 '국정 교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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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보 릴레이 부르는 '국정 교과서'

입력
2015.10.15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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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들 하십니까' 이후 2년만에 대학가, 사회 이슈에 적극 발언

국정화 반대 실명 대자보 나붙어… 총학생회들도 잇단 성명 발표

1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 인문사회캠퍼스 게시판에 학생들이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저는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합니다. 나치정권, 유신정권 등이 집권 후 우선시 했던 것이 바로 국정교과서입니다.”

15일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중앙도서관 앞에 자신의 전공과 이름을 밝힌 학생들이 손으로 꾹꾹 눌러쓴 대자보가 붙었다. 경제학과 이민형씨는 대자보에서 “국가가 나서서 교육을 일괄 통제하는 것은 사람들을 똑같은 하나의 틀에 맞춰서 길러내려는 방편에 불과하다”는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글을 소개하며 “저는 자유롭고 민주적인 대한민국에서 살고 싶다”는 주장을 폈다.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계기로 국정교과서에 반대하는 대학생들의 실명 대자보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2013년 12월 대학가를 휩쓸었던 ‘안녕들하십니까’ 대자보 열풍을 연상케 한다. 당시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씨가 사회 문제에 무관심한 학생들에게 각성을 촉구하는 대자보를 게시하자 전국의 대학에서 ‘안녕하지 못하다’는 내용의 응답 대자보 달기가 확산됐다.

15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학생회관에 ‘박근혜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대자보가 붙었다. 서재훈기자 spring@hankookilbo.com

대학생들의 대자보는 단순한 주장을 나열하는데 그치지 않고 국정교과서의 문제점과 정부의 무책임을 조목조목 따져 묻는다. 연세대 철학과 박승수씨가 쓴 대자보에는 “국가는 교과서의 내용에 간섭하기는커녕 그 내용을 채울 수 있는 학자들을 물질적으로 지원하고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한시바삐 힘써야 마땅하다”는 비판이 담겼다.

홍익대에서는 자율전공학부 김예은씨가 “현행 교과서가 ‘패배의 역사관’을 가르치기 때문에 ‘자랑스러운 역사’를 가르쳐야 한다”는 정부와 여당의 입장을 비판한 뒤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막아내는 것이 우리 스스로 자랑스러운 역사를 만들어가는 것”이라며 학생들의 동참을 촉구했다.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방신효씨는 “교과서 국정화의 가장 큰 문제는 친일과 독재 미화로 얼룩질 우리 역사가 현재권력의 정당성 확보를 위한 도구로 사용될 것이라는 점”이라는 우려를 담은 대자보를 인쇄해 교내에 게시했다. 서강대 동국대 청주교대 이화여대 가톨릭대 서울시립대 등 전국 대학 곳곳에서도 학생 개개인의 목소리를 통해 ‘반(反) 국정교과서’ 여론을 결집하는 중이다.

연세대 도서관 앞에서 대자보를 살펴보던 재학생 김모(26)씨는 “오랜만에 대자보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다”며 “요즘 취업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교수님들의 집필 거부 선언과 맞물려 국정화 문제를 더 깊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총학생회 등 학생 단체들의 대자보와 성명 발표도 이어지고 있다. 전날 고려대 총학생회에 이어 이화여대 총학생회와 11개 단과대ㆍ학과 학생회는 이날 학교 정문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은 하나의 역사관만을 올바르다고 강제하는 시대 역행적 시도”라고 비판했다. 한양대 총학생회도 “학문은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며 생각을 나눌 때 발전한다”며 “정부와 여당은 역사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변경을 철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세대ㆍ고려대 총학생회는 교육부에 전달하기 위한 국정화 반대 연대 성명을 받기 시작했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는 “대학생은 고교 시절 공부 경험으로 교과서 이슈에 친숙한 데다 장년층보다 다양성을 훨씬 중시하는 세대”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온라인을 통한 개인간 연결이 대자보로 대표되는 오프라인 연대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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