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경마게임을 만든 뒤 조직폭력배를 끌어들여 경마 도박장을 운영한 전직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온라인 PC게임에 경마게임을 심은 뒤 서울 등 7개 지역 10여 곳의 PC방에 유포해 운영하게 한 혐의(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도박장 개설 등)로 프로그래머 이모(45)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이씨에게 게임을 공급받아 불법도박장을 관리한 조직폭력배 성모(33)씨 등 8명은 불구속 입건됐다.
경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3년 6월부터 올해 3월까지 온라인 무협게임 ‘삼국천하’에 불법 경마게임을 끼워놓고 유통시킨 후 수백명으로부터 70억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는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정상으로 등급분류한 ‘삼국천하’를 조작해 게임 안에서 특정 ‘퀘스트’(과제)를 선택하면 경마게임이 나오도록 만들었다.
이씨는 함께 구속된 지모(44)씨 등과 경기 부천시에 운영본부를 차려놓고 성인 PC방 형태로 차려진 전국 매장에 게임을 공급했다. 이 과정에서 지씨 소개로 알게 된 부천신촌파 소속 조직폭력배인 성씨에게 매장 관리를 맡겼다.
조사 결과 이들은 매장을 찾은 손님에게 현금을 받고 게임머니를 제공하는 식으로 불법 배팅을 유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게임물이 단속돼 등급 취소를 받더라도 법원에 가처분신청을 내고 처분을 지연시키는 방식으로 매장을 운영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을 통해 게임물관리위의 등급분류 심의 과정에 문제점이 드러나 심사제도 개선을 요청하는 공문을 위원회 측에 발송했다”고 말했다.
김현빈기자 hb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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