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주말극 ‘애인있어요’의 배우 김현주(39)는 남편의 외도, 기억을 잃어버린 조강지처, 그녀를 돕는 키다리 아저씨 등이 주재료인 ‘애인있어요’의 대본이 달갑지 않았다. 한 번 호흡을 맞춘 MBC 주말극 ‘반짝반짝 빛나는’(2011)을 집필했던 배유미 작가의 드라마라는 점만 흥미로웠을 뿐이었다. 15일 경기 일산의 SBS제작센터에서 만난 김현주는 “이제야 말하지만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거절하려고 했다”고 털어놨다.
“현재 결과만 보면 많은 관심을 받아서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처음에는 ‘애인있어요’의 최문석 PD께 출연 제의를 거절하려고 했어요. 막장 요소가 있는 것은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데뷔 18년차인 김현주는 지금껏 막장 드라마를 피해왔다. 오랫동안 지켜봐 준 팬들에게 “실망감을 주고 싶지 않아서”란다.
그럼에도 ‘애인있어요’가 김현주를 흔든 건 “같이 작업하기를 원한다는 최 PD의 열정과 또 다른 성향의 멜로 장르였기”때문이었다.
“최 PD께서 너무 순수하게 저를 바라보며 함께 일해보자 하셨죠. 나를 이렇게 원하는 연출자를 언제 또 만나겠어요? 또 심리적인 묘사가 돋보이는 멜로를 한 번도 해보지 않아서 도전해보고 싶었고요.”
김현주의 말처럼 ‘애인있어요’는 단순하지 않다. 일단 김현주의 캐릭터부터 어렵다. 쌍둥이 자매 도해강과 독고용기로 1인 2역을 소화하는데다 도해강이 교통사고로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설정까지 더해졌다. 그의 연기를 두고 “1인 3역”이라고 하는 이유다. 더불어 남편 최진언(지진희) 사이에서 낳은 딸도 사고로 잃었고, 남편의 외도로 이혼까지 하는 등 복합적인 감정을 표현해야 한다.
14회까지 방송된 드라마는 4년 동안 기억을 잃은 해강이 다시 전 남편인 최진언을 만나 사랑의 감정을 싹 틔우는 시점을 이야기한다. 내용은 막장 같지만 캐릭터들의 심오한 감정 연기가 돋보이기 때문에 김현주는 “불륜·막장이 아닌 멜로 드라마”라고 말한다.
배우들의 열연에 비해 시청률이 7%대에 머물고 있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동시간대 방송되는 MBC ‘내 딸, 금사월’이 전형적인 막장 소재인 출생의 비밀로 20%가 넘는 시청률을 보이는 것과 대조된다. 김현주도 “초반에 시청률이 3%였을 때는 충격이었고 그야말로 멘붕”이었다고 귀띔했다.
“저도 이런 역할은 어려워요. 여태까지 밝은 역할의 작품들이 더 잘 됐고요. 하지만 이번 드라마는 지금의 제 나이가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서 시청자들이 더 공감해주는 것 아닐까요?”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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