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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리 두고 진흙탕 싸움 벌이는 국민연금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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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자리 두고 진흙탕 싸움 벌이는 국민연금공단

입력
2015.10.15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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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의 연임 여부를 둘러싼 보건복지부와 최광 공단 이사장의 싸움이 가관이다. 공단이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임면권은 공단 이사장에게 있다”며 내달 3일 임기가 끝나는 홍 본부장의 연임이 불가하다는 보도자료를 내자, 복지부가 3시간 만에 최 이사장에게 “연임불가 입장을 재검토하라”라고 공문을 보내면서 정면충돌한 것이다. 복지부는 “비(非)연임 판단은 부적절”하다며 “국민의 우려를 불러일으킨 만큼 책임져야 할 부분으로 생각한다”고 해 사실상 최 이사장의 자진사퇴까지 요구했다.

복지부는 최 이사장이 뜻을 굽히지 않을 경우 청와대에 그의 해임을 건의하겠다는 강경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금운영본부장 임면권이 공단 이사장에 있다는 것은 복지부도 인정한다. 그러나 장관의 승인절차는 거쳤어야 한다는 게 복지부의 입장인 반면, 공단은 임면이 아니라 연임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이번 사안은 장관 승인이 필요치 않다는 주장이다.

표면적으로는 기금운용본부장에 대한 인사권 다툼처럼 보이지만 실은 국민연금기금의 지배구조 개편, 국민연금 운용, 주주권 행사 등에 대한 이견이 갈등의 핵심이다. 최 이사장은 국민연금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키는데 반대하는 반면, 홍 본부장은 독립성 강화가 필요하다며 공사화를 주장해 왔다. 복지부도 지난 7월 공단에서 기금운용본부를 분리해 공사화한다는 개편안을 내놓은 바 있다. 삼성물산의 제일모직 합병 당시 홍 본부장이 외부 전문위원회의 의견을 묻지 않고 자체 논의만으로 찬성을 결정한 것도 최 이사장과의 갈등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500조원이 넘는 국민연금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를 어떻게 개편해야 하느냐는 복지부의 최대 개혁과제 중 하나다. 2043년 2,561조원으로 정점을 찍는 국민연금은 이듬해부터 지출이 더 많아져 2060년이면 고갈되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산이다. 이 때문에 기금운용본부를 독립시켜 기금운용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과,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생활의 최후 보루인 만큼 안정성을 중시해야 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서왔다. 정치권도 공사화를 주장하는 정부ㆍ여당과 이에 반대하는 야당으로 갈려있다.

기금운용본부를 이대로 둘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런 식의 이전투구식 싸움으로는 어느 쪽도 국민의 지지와 공감을 받기 어렵다. 당사자들도 정치권 연줄로 현 직책에 임명됐다는 뒷말이 적지 않다는 점을 알고 자중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기금운용본부 개혁안을 투명한 절차를 거쳐 조속히 마련하는 것이다. 그것이 혼란과 갈등을 없애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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