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영업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변형근로시간제 확대를 검토하고 나섰다.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11일(한국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 참석 차 페루를 방문한 자리에서 "오후 4시면 문 닫는 은행이 어디 있느냐"며 금융권의 개혁을 주문했다.
▲ (사진제공=연합뉴스)
이를 두고 은행 일선에선 "오후 4시에 마감하고 나서도 일이 계속된다"는 이유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고객 수요에 맞게 은행 영업시간을 조정해야 한다"며 최 부총리 발언을 지지하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는 등 논란이 일었다.
변형근로시간제는 근로자의 근무시간을 바쁠 때는 법정시간 이상으로 늘리고 한가할 때는 그 이하로 줄이는 등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제도다.
KEB하나은행의 모회사인 하나금융의 김정태 회장은 지난 13일 기자들과 만나 "변형근로시간제 확대를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이런 입장은 최 부총리의 언급이 알려진 후 금융업계에서 나온 첫 반응이었다.
하나금융은 외국인들이 많은 안산 원곡동출장소와 서울 구로동지점, 대림역출장소, 을지로6가 지점 등 17곳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고객의 시간에 맞춰 늦게 오픈해 좀 더 늦은 시간까지 은행문을 열어놓으면 된다"며 "직원들과 이야기하면 시행하는 게 어려운 게 아니다. 이미 안산이나 홈플러스 지점 등에서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2위의 점포망을 가진 KB국민은행도 변형근로시간제 운영을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이미 서울 서초구 우면동지점, 성남시 분당구 야탑역점 등 5곳에서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여는 특화점포인 '애프터뱅크'를 운영 중이다.
또 원곡동 등 외국인 고객 밀집지역에서 오후 7시 전후까지 문을 여는 외환 송금센터를 가동하고 있다.
이렇게 변형근로시간제를 적용한 영업점은 모두 12곳이나 된다.
국내 최대 점포망을 갖춘 NH농협은행은 정오부터 오후 7시까지 문을 여는 특수점포를 서울 구로구에서 운영하고 있다.
대전시청지점 등 218곳에는 오전 9시에 문을 열어 오후 6시에 문을 닫는 점포가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변형근로시간제 확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 역시 법원 출장소, 서울 동대문의 두타지점 등 모두 54곳에서 이미 부분적으로 변형근로시간제를 적용해 운영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다른 곳에서 한다고 하니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신한은행도 법원 지점, 동사무소 지점 등 모두 69곳에서 변형근로시간제를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추가로 변형근로시간제를 확대할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서연 기자 brainysy@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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