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주희] 같은 실패가 또 반복됐다. 2015년 넥센의 짧았던 가을야구는 그래서 더 뼈아팠다.
넥센은 14일 두산과의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패하며 시리즈 전적 1승3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경기 후 염경엽 넥센 감독은 이번 시리즈를 통해 얻은 소득을 묻는 질문에 "하나도 없다"고 답했다. 그만큼 상처만 남은 패배였다.
넥센은 올해 포스트시즌에서도 선발 3명과 불펜 3명을 중심으로 하는 마운드를 운용했다. 이미 지난해 가을야구에서도 '한계'를 확인했던 카드다. '최정예 부대'로 구성한 마운드는 플레이오프를 거쳐 삼성과의 한국시리즈까지 10경기를 치르며 지쳐갔고, 결국 투수진이 무너지며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약한 선발진에 대한 숙제를 풀지 못한 넥센은 올해도 강한 불펜으로 승부수를 띄울 수밖에 없었다.
아픔은 되풀이 됐다. 경기를 거듭하면서 필승조에도 조금씩 균열이 갔다. 필승 불펜만 믿었던 넥센 마운드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한계를 또 다시 드러냈다. 이날 넥센은 6회까지 9-2로 이기고 있었지만 7회부터 필승조 손승락-한현희-조상우가 차례로 올라 모두 실점을 하며 9-11로 역전패를 당했다.
넥센과 두산은 이번 시리즈에서 나란히 11명의 투수를 엔트리에 올렸다. 하지만 두산이 11명의 투수를 모두 기용한 것과 달리 넥센은 9명의 투수만 등판했다. 특히 손승락과 한현희, 조상우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부터 팀이 치른 5경기에서 4경기씩 등판하며 마운드를 떠받쳤다. 조상우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3이닝 동안 49개의 공을 던지고,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는 2이닝 동안 48개의 공을 던지는 등 이번 포스트시즌 4경기에서 6⅓이닝 동안 투구수 141개를 기록했지만 끝내 웃지는 못했다. 염경엽 감독은 "(마운드가) 불펜 3명으로 치우치면서 힘들게 시리즈를 끌고 왔다"며 아쉬워했다.
꺼내보지도 못한 '히든 카드'는 그래서 더 씁쓸함을 남겼다. 넥센은 시즌 막판 상무에서 제대한 김상수를 엔트리에 등록시켰다. 시즌 뒤 2차 드래프트에서 보호 선수 한 명을 손해보더라도 포스트시즌에서 김상수를 활용해 더 좋은 성적을 내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김상수는 이번 포스트시즌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넥센은 애꿎은 '군 보류 선수' 카드 한 장만 날리게 됐다.
필승조의 붕괴와 함께 목동구장 마지막 경기도 '악몽'으로 남았다. 내년 시즌부터 고척 스카이돔으로 홈 구장을 이전하는 넥센은 창단 후부터 줄곧 뛰었던 목동구장 마지막 경기에서 포스트시즌 최다 점수 차 역전패라는 아픈 기억을 썼다. 끝내 아름답지 못했던, 처연한 이별이었다.
사진=넥센 선수단. /목동=임민환기자
김주희 기자 juhee@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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