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스포츠경제 김지섭] 현주엽(39) MBC SPORTS+ 해설위원은 현역 시절 '포인트 포워드(포인트가드+포워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냈다. 195㎝의 큰 키에도 경기를 보는 시야가 넓어 동료들에게 득점 기회를 곧잘 살폈다.
현 위원은 가드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는 어시스트 부문에 두 차례나 3위 안에 들었다. 특히 부산 KTF 유니폼을 입었던 2004~05시즌 기록한 평균 7.83개(전체 2위)의 어시스트는 가드가 아닌 선수 중 최다 기록이다. 또 이 수치는 최근 6시즌 동안 어시스트 1위를 차지한 선수들보다 높다.
현주엽의 뒤를 이어 울산 모비스 함지훈(31ㆍ198㎝)이 포인트 포워드 후계자로 자리매김했다. '빅맨'이지만 가드 출신답게 넓은 시야와 빼어난 어시스트 능력을 갖췄다. 평소 센스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올 시즌 모습은 전성기의 현주엽을 연상시킬 정도다. 함지훈은 15일 현재 경기당 평균 6.4어시스트로 부문 1위에 올라있다. 2위 창원 LG 가드 양우섭(4.25개)보다 크게 앞선 선두다.
그는 이번 시즌 치른 10경기 중 두 자릿수 어시스트를 2차례 기록했다. 8개의 어시스트도 3번 했다. 절반에 가까운 경기를 트리플 더블급 활약을 펼친 것이다. 지난 14일 원주 동부전에서는 15점 8리바운드에 시즌 한 경기 최다인 12개의 어시스트를 배달하며 팀의 4연승을 이끌기도 했다.
사실 올해 함지훈의 팀 내 비중은 늘 수밖에 없었다. 1라운드에는 야전사령관 양동근이 국가대표 차출로 자리를 비워 함지훈이 할 일은 많아졌다. 지난 시즌 같은 경우는 문태영과 리카르도 라틀리프(이상 삼성)가 함께 뛰며 역할이 제한됐지만 올 시즌은 주축 선수들이 대거 빠지고 '젊은 피'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에 들어갔다. 그래서 유재학 모비스 감독은 시즌 전 "함지훈이 5개 이상의 어시스트를 할 것"이라고 공언하기도 했다.
양동근이 없는 동안 골밑을 책임지는 빅맨이자 경기 운영까지 맡는 야전사령관이 된 함지훈은 기대 이상의 활약을 했다. 자신이 공격을 할 때는 과감히 하면서 도움 수비가 들어오면 어김 없이 동료에게 공을 적재적소에 빼줬다. 또한 안에서 움직이는 것뿐만 아니라 밖에서도 공을 잡는 등 활동 반경도 넓혔다. 양동근이 돌아온 뒤에도 함지훈이 하는 일은 이전과 똑같았다. 체력적으로 힘든 양동근의 비중을 함지훈이 줄여준 것이다.
함지훈은 경기당 12.8점을 넣으면서 어시스트에도 재미를 붙여 2011~12 시즌 고양 오리온스에서 뛰었던 외국인 선수 크리스 윌리엄스가 평균 6.02개 어시스트로 부문 1위에 올랐던 이후 4시즌 만에 처음으로 포워드 '배달왕'을 노린다. 국내 선수로 따지면 현주엽도 이루지 못한 어시스트 타이틀 홀더다.
사진=모비스 함지훈(왼쪽).
김지섭 기자 onio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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