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개충 유인 '페로몬 트랩' 성과
페로몬을 활용해 소나무재선충병(재선충병)을 잡는 신종 방제 방식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재선충병은 피해 나무의 고사율이 100%에 달해 ‘소나무 에이즈’로 불리며 산림을 멍들게 하는 대표적인 식물 질병이다.
산림청은 올해 5월부터 9월까지 경기 울산 경남ㆍ북 제주 등 5개 시도의 소나무재선충 피해 지역에 ‘페로몬 유인트랩’ 5,700여개를 설치한 결과, 지금까지 매개충 2만7,000여 마리를 잡았다고 14일 밝혔다. 매개충 1마리가 통상 소나무 10그루 내외를 감염시키는 점을 감안하면 페로몬 유인트립을 통해 소나무 27만그루를 보호하는 효과가 났다는 게 산림청 설명이다.
페로몬 유인트랩(덫)은 재선충병의 매개충인 솔수염하늘소와 북방수염하늘소를 유인해 잡는다. 병원충인 재선충은 이동성이 없어 매개충을 통해 다른 소나무로 이동하기 때문이다. 유인트랩에 사용하는 페로몬은 ‘집합 페로몬’으로, 매개충이 이 냄새를 맡고 자신의 동료 집단으로 착각해 유인트랩 가까이 다가갔다가 덫에 걸리는 원리다.
유인트랩은 나무 1.5m 높이에 매달아 설치하며, 1ha당 4~9개 설치된다. 산림청은 올해 산림 900ha에 유인트랩을 설치했고 내년에는 새로 600ha에 설치할 예정이다. 설치비용은 1ha당 100만원 정도다.
유인트랩의 장점은 도시 생활권이나 친환경 농산물 재배 지역 등 재선충 농약을 뿌리기 곤란한 지역에서 방제 활동을 펼칠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항공이나 지상에서 농약을 뿌려 매개충을 잡거나, 고사목을 제거해 재선충을 직접 죽이는 방식으로만 방제 활동을 했다.
임상섭 산림청 산림병해충과장은 “페로몬 방제는 친환경적일 뿐 아니라 기존 방제가 불가능한 지역에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내년부터 관련 규정을 보완해 적재적소에 유인트랩을 설치해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1988년 부산에서 최초 발생한 재선충병은 2005년 특별법까지 만들어 확산을 저지했지만 2013년부터 다시 기승을 부리며 소나무가 대부분인 국내 산림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지난해 5월~올해 4월까지 재선충병으로 고사한 소나무만 해도 174만 그루에 달하며 지금까지 들어간 방제 비용은 4,000억원이 넘는다.
세종=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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