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물 준 강태용 검거 소식에 경찰 출국금지 신청 중 中 도피
中공안 협조로 억류됐다 되돌아 와… 재수사로 혐의 입증 우려한 듯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의 최측근 강태용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중국에서 밀항한 조희팔 등과 놀아난 전직 대구지방경찰청 소속 경찰이 긴급체포됐다. 조희팔 사건의 담당경찰인 그는 강태용 검거소식을 듣고 몰래 중국으로 도망가려다가 경찰과 검찰, 중국 공안의 합동작전으로 덜미가 잡혔다.
대구지방경찰청은 강태용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뇌물수수)를 받아온 정모(40) 전 경사를 긴급체포했다고 14일 밝혔다.
정씨는 2007년 8월 대구 동구에서 제과점을 개업하면서 강씨로부터 1억 원을 받은 혐의다. 경찰은 이런 사실을 2012년에 이미 포착됐으나, 강태용이 중국으로 밀항, 혐의를 입증할 수 없다는 이유로 ‘참고인중지’ 상태로 송치했다.
정씨는 또 2004년 5월부터 2009년 7월까지 대구경찰청 수사2계에서 조희팔 수사를 담당하면서 조씨 측에 편의를 봐 주는 가 하면 2009년 5월 중국에 건너가 2008년 말 밀항한 조희팔, 강태용을 만나 골프접대를 받고 유흥주점에서 향응까지 제공받았다. 그는 이런 혐의로 2012년 구속기소돼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정씨는 당시 조씨 일당의 자금을 관리해 주던 동료경찰관 임모(47)씨가 변심, 조씨 측으로부터 협박을 받게 되자 이를 무마하기 위해 건너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최근 붙잡힌 강태용이 귀국하는 대로 정씨가 수사정보를 누설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로 했다.
한편 이번에 정씨를 긴급체포할 수 있었던 데는 중국 공안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으로 밝혀졌다.
대구지방경찰청 송민헌(경무관) 2부장은 “강태용 검거 소식을 듣고 참고인중지자 등 재수사가 필요한 인물을 분석, 정씨에 대해서도 13일 오전 8시쯤 출국금지 신청 준비를 시작했다”며 “설마 했는데 오전 9시30분쯤 출입국관리사무소로부터 ‘정씨가 20분 전에 중국 광저우행 비행기를 타고 인천공항을 이륙했다’는 말을 듣고 중국 현지 경찰 주재관과 중국공안의 협조를 받아 체포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중국 공안은 정씨를 ‘입국거부’한 채 공항에 ‘억류’했고, 경찰은 이날 오후 8시45분쯤 인천공항으로 되돌아 온 정씨를 긴급체포할 수 있었다.
경찰은 15일까지 정씨에 대한 출국금지조치를 마무리하고,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경찰은 조희팔 수사를 위해 2개 팀 총 10명으로 일종의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할 방침이다. 정씨를 비롯, 지난 8월 20일 붙잡아 구속송치한 안모(46) 전 경사 등 전직 경찰관과 조희팔 다단계판매업체에서 전산실장을 지냈다 지명수배된 배상혁(44)씨, 검찰에서 신병확보를 요청 받은 인물 등 5, 6명에 대해 전면적인 재수사에 나설 방침이다.
한편 대구지검은 대검으로부터 계좌추적 전문수사관의 지원을 받아 조희팔과 강태용과 관련된 계좌추적에 나서기로 했다.
대구=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