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재~~?이번 역은 서문시장역이라예” “벌써 서문시장역이가??대구의 큰장인 서문시장역, 장을 보러 가시거나 계명대 동산병원으로 가실 승객분들은 오른쪽 문으로 내리시야 됩니데이~~” 지난 4월 개통한 대구도시철도 3호선 모노레일 서문시장역 안내방송이다. 달성공원역과 수성못역을 진입할 때도 진한 사투리 안내방송을 들을 수 있다. 도시 미관을 해친다는 지적도 있지만 외지인들에겐 모노레일 자체가 이색적인 볼거리임에 틀림없다.
3호선 모노레일을 이용해 대구 도심 여행에 나선다면 달성공원-서문시장-신남역 구간이 핵심이다. 서문시장은 서문시장역과 붙어있고, 대구(달구벌)의 시원이라 할 수 있는 달성공원은 달성공원역에서 약 400m 떨어져 있다. 삼국사기에는 216년 달벌성을 쌓았다고 기록돼 있어 달성은 문헌상 가장 오래된 토성(土城)으로 평가 받고 있다. 산책로가 조성된 약 1.3km 둘레에는 아직도 토성의 흔적이 남아있지만 1913년 사진과 비교하면 높이 차이가 확연하다. 일제강점기 서문시장을 이전 터의 연못을 메우기 위해 토성과 인근 고분의 흙을 퍼왔기 때문이다. 성곽 바깥인 비산동과 내당동은 대규모 고분군(古墳群)이 있었지만 지금은 주택이 빼곡하게 들어서 옛모습으로 되돌리기 어렵게 됐다. 공원 내부도 창경궁 복원 이전의 창경원처럼 동물원으로 이용되고 있어 토성으로 복원은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래도 대구사람이면 일생에 3번(자신과 아들, 손자가 유치원 다닐 때)은 달성공원에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시민들에게 사랑 받는 공간이다. 조경도 깔끔하고 나무도 많아 도심공원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문시장역과 신남역은 대구 ‘근대로(路)의 여행’ 2코스 ‘근대문화골목’ 출발점과 가깝다. 서문시장 맞은편 계명대학교 동산의료원 뒤편이 출발점이다. 경상감영을 기준으로 하면 서편이지만 달성토성에서 보면 동편에 위치해 ‘동산’이다. ‘청라언덕’이라고도 부르는데 이은상의 노랫말에 대구출신 작곡가 박태준이 곡을 붙인 ‘동무생각’에서 따왔다. 미국에서 처음 들여왔다는 능금나무(3세목)가 앙증맞고, 100년이 넘은 선교사 주택 3채가 지금까지도 단아하게 언덕을 지키고 있어 청라언덕이라는 이름이 썩 어울린다. 골목은 ‘3.1만세운동길’을 지나 계산성당과 약령시로 이어진다.
1개 코스에 얼추 2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근대로 5개 코스를 모두 돌아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대구시 문화관광해설사 이원섭씨는 2코스 청라언덕을 포함해 3구간을 추천 코스로 꼽았다. 1코스 ‘경상감영달성길’의 북성로 구간은 일본식 목재건물을 카페와 게스트하우스, 박물관 등으로 개조해 아기자기한 재미를 느낄 수 있고, 5코스 ‘남산100년향수길’의 성모당은 주변경관과 자연이 잘 어우러져 도심 속 힐링 명소로 꼽힌다.
신남역에서 4정거장 떨어진 대봉교역은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과 가깝다. 4번 출구로 나와 신천 둑길로 약 500m를 걸으면 된다. 짧은 생애에도 모든 세대에 고루 사랑 받는 김광석의 다양한 모습이 350m 담벼락과 골목을 장식하고 있다. 사실 김광석이 대구에 살았던 것은 어릴 적 5년에 불과하다. ‘김광석 길’은 쇠락해가는 방천시장과 슬럼화하는 골목을 살리기 위한 아이디어로 시작했는데 의외로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으며 일약 유명장소가 됐다. 우범지대나 다름없던 허름한 주택도 카페와 기념품 가게로 변신해 활력이 넘친다. 이 곳을 찾은 날도 ‘귓가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그의 노래 소리와 젊은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대구 모노레일 3호선은 18일까지 ‘하늘열차를 타고 대구 한 바퀴’라는 주제로 스탬프 투어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3호선 2개역을 포함해 대구 대표관광지 4곳 이상에서 스탬프를 찍으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다.
대구=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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