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사형선고’를 몇 번이나 받았지만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은 봉사활동을 하며 받은 ‘긍정 에너지’ 덕분인 것 같아요.”
김정심(70)씨는 1970년 심장병으로 3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았다.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신앙의 힘으로 버텼다. 다행히 상태는 악화되지는 않았다.“죽기 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미용기술을 쓰겠다”고 마음 먹었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지 10년이 지난 1980년 미용사 자격증을 땄다.
김씨는 이때부터 거동이 불편한 노인, 노숙자, 빈곤층을 찾아 다니며 미용 봉사를 시작했다. 하루 종일 서서 이들의 머리를 다듬고 나면 밤새 끙끙 앓았지만, 깔끔해진 얼굴로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하며 좋아하던 사람들의 얼굴이 떠올라 진통제로 버티며 다음날 또 봉사에 나섰다.
하지만 김씨 건강은 이후 나빠졌다. 위암, 경직성 척수염, 만성신부전증 등 여러 병이 겹치며 수술만 5번 했고 5급 장애 판정도 받았다. 김씨가 다니는 병원에서는 “이 몸으로 무슨 봉사활동이냐”며 말렸지만 김씨는 “조금이라도 남들한테 도움을 주라고 내가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이라며 35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그는 “봉사활동을 통해 얻은 에너지로 오히려 내가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며 “내 두 다리로 걸어 다니고, 손가락으로 머리카락을 잡을 수 있을 때까지는 계속 봉사할 것”이라며 웃었다.
대구에 거주하는 지부자(71)씨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계기도 김씨와 비슷하다. 지씨는 기관지 확장증을 앓으면서부터 봉사활동을 결심, 1986년부터 저소득 노인 도시락 배달 및 목욕봉사, 장애인 나들이 지원, 결식아동 지원 등을 해왔다. 9년 전부터는 두 딸, 3년 전부터는 손자까지 3대가 함께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김씨와 지씨는 이런 공로로 15일 보건복지부가 주최하는‘2015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시상식’에서 국민포장을 받는다. 이들과 함께 제주에서 감귤농사를 지으며 22년째 어려운 이웃들에 매월 10만원을 익명으로 기부해 온 김춘보(68)씨도 국민포장을 받는다. 김씨는 지난해 농사 지어 모은 2억원을 익명으로 기부해 ‘얼굴 없는 농민천사’로 불렸다.
또 안면기형 어린이 성형수술비로 매년 1억원 기부 등 기업의 나눔 활동을 활성화한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이 국민훈장 동백장을 받는다. 이웃 사랑을 실천한 유공자 172명은 국무총리ㆍ장관ㆍ민간단체 표창 등을 받는다.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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