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롯기' 탈락 등 흥행 포인트 실종
포스트시즌 4경기 모두 매진 실패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은 ‘가을 잔치’라는 수식어답게 야구팬들에게는 1년 중 가장 큰 축제다. 만원관중은 기본이고 암표상까지 등장하던 포스트시즌 분위기가 그러나 올해는 다소 썰렁해 맥이 빠진 모습이다. 최근 열린 4경기 모두 매진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4경기 연속 매진 실패는 현대가 수원구장을 쓰던 2004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7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SK의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에서 7,469명의 관중만 입장했다. 2005년 인천에서 열린 한화와 SK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6,959명) 이후 포스트시즌 최소 관중이었다. 이어 잠실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2만833명)과 2차전(2만2,765명), 그리고 13일 목동에서 열린 3차전(9,900명)에서도 예년과 같은 열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심지어 잠실구장에는 암표를 ‘할인 판매’하는 진풍경까지 벌어졌다. ‘가을 특수’를 예상하고 티켓을 대량 사재기 해 두었던 암표상들이 표가 팔리지 않자 원래 가격보다 싸게 받겠다고 흥정을 벌이는 모습이 목격됐다. 관객이 없으면 아무리 무대가 좋아도 배우들은 열연을 펼치기 힘들다. 경기를 앞두고 훈련 중인 선수들의 분위기도 착 가라앉은 모습이다.
포스트시즌 흥행에 빨간 불이 켜진 건 궂은 날씨와 전국구 인기 팀들의 대거 탈락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부터 갑자기 날씨가 쌀쌀해진 가운데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잠실구장엔 경기가 중단될 만큼 많은 비까지 내렸다. 예매표가 대량 취소되는 사태가 빚어진 가운데 현장 판매마저 신통치 않았다.
아울러 LG, 롯데, KIA가 8년 만에 동반 탈락하면서 흥행을 주도할 킹메이커가 없다는 점도 아쉽다. LG가 11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던 2013년과 지난해에는 표 구하기 대란이 일어났다. 잠실을 제외하곤 대부분 ‘미니 구장’에서 치러진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목동의 만석은 1만500명(포스트시즌 기준)이고, NC는 1만1,000명, 대구구장은 1만명에 불과하다.
또 넥센이 서포터스 포스트시즌 티켓 우선 예매 문제로 해명까지 했지만 팬들의 반발을 산 것도 악재로 지적된다.
올해 포스트시즌 4경기 평균 관중은 1만5,242명으로 2006년(1만3,858명) 이후 가장 적은 수치다. 올 시즌 프로야구는 144경기로 늘어난 10구단 체제 특수로 정규시즌 최다 관중 신기록(736만529명)을 달성했다. 와일드카드 도입으로 포스트시즌 경기 수도 늘어나 기대를 했던 KBO와 야구계는 씁쓸한 입맛을 다시고 있다.
성환희기자 hhsu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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