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25년간 광화문글판을 수놓은 수많은 문구 가운데 시민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것은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었다. 교보생명은 광화문글판 출범 25주년을 맞아 9월4일부터 한달 간 교보생명 블로그를 통해 ‘내 마음을 울리는 광화문 글판은?’이라는 주제로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2012년 봄판에 실렸던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69개의 후보 문안 중 가장 많은 표를 받았다고 14일 밝혔다. 이번 투표에는 총 2,300명이 참가해 개인당 3개 문구를 선택했으며 ‘풀꽃’은 1,493표를 얻었다.
투표는 시민들의 사연과 함께 접수됐다. ‘풀꽃’에 투표한 한 시민은 “가족 몰래 8년 동안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내고 힘든 시간을 보내던 중 버스에서 이 문구를 보고 나를 기다리는 가족들을 생각하며 많이 울었다”며 “내 말을 들어줄 이 하나 없을 때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이 됐다”고 전했다.
2011년 여름편에 실린 정현종씨의 ‘방문객’에서 따온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도 많은 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 문안에 투표한 한 시민은 “결혼준비로 한창 정신이 없었을 때 아내와 많이 싸웠는데, 이 글귀가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줬다”고 전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진지한 만남과 소통의 중요성을 되새긴 점이 시민들의 공감을 얻어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광화문글판은 1991년부터 광화문 네거리 교보생명 빌딩에 내걸리기 시작해 1년에 네 번, 계절마다 바뀐다.
김진주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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