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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마법, '히딩크 벽'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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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마법, '히딩크 벽'만 남았다

입력
2015.10.14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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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박종민] 중국 고대의 병법서 손자병법은 '장군이 병사들의 심리를 활용하는 이치에 대해 잘 살펴야 한다'고 역설한다. 스포츠에서 감독에 대한 평가는 때로 이 같은 능력 여부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울리 슈틸리케(61)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매 경기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한다. 지난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서 열린 자메이카와 평가전 3-0 완승의 뒤에는 슈틸리케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이 있었다.

승리의 주역이 된 지동원(24ㆍ아우크스부르크)과 정성룡(30ㆍ수원 삼성), 황의조(23ㆍ성남FC) 등은 모두 '2%'가 아쉬운 선수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독일 분데스리가 클럽에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해 한동안 대표팀에서도 제외됐던 지동원과 브라질 월드컵 이후 후배 김승규, 김진현에게 밀렸던 골키퍼 정성룡, K리그 대표 골잡이지만 대표팀 원톱으로서의 능력은 검증된 바 없는 황의조였다. 이들의 능력을 최대치로 이끌어낸 이는 다름 아닌 '리더' 슈틸리케였다.

슈틸리케는 한국 축구 역대 최고 외국인 감독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그는 지난해 10월10일 파라과이와 A매치 평가전을 통해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1년간 22전 16승3무3패(승률 0.842)의 좋은 성적을 냈다. 역대 외국인 감독 최다승이자 최소패이며 최고 승률이다. 2002년 한•일월드컵 4강 신화를 쏘아 올린 거스 히딩크 감독도 A매치 성적(14승12무11패)은 그다지 신통치 않다.

움베르투 코엘류(9승3무6패), 요하네스 본프레레(10승8무6패), 딕 아드보카트(9승5무5패), 핌 베어벡(7승6무5패) 등 대표팀을 맡았던 역대 외국인 감독들은 A매치 성적이 썩 좋은 편이 못됐다. 아시아 대회 성적으로 따질 때 슈틸리케호는 이미 코엘류호(2003년 동아시안컵 우승)와 베어벡호(2007년 아시안컵 3위)를 넘어서거나 어깨를 나란히 했다. 슈틸리케호는 올해 아시안컵에서 준우승을, 동아시안컵에선 우승을 일궈냈다.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게 될 경우 슈틸리케는 히딩크 감독과 정면 비교될 가능성이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은 원정대회인 만큼 4강 진출까지는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8강 진출시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 원정 월드컵 8강의 성적은 홈 월드컵 4강과 견줄 수 있다는 평가다.

슈틸리케 감독은 대표팀 공격과 수비의 완성도를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다. '실험'을 계속하면서 전력을 다지고 있다는 점은 높이 살 만하다. 리스크가 큰 실험을 여러 차례 성공으로 이끌면서 진정한 명장의 기품을 과시하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자메이카전 직후 기자회견에서 "올해만 14승3무1패를 거뒀다. 공격적인 축구를 하며 일궈낸 기록이라는 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며 "18경기 중 15경기에서 무실점을 기록했다. 한국 축구에 예전에도 이러한 기록이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11명의 선수가 아닌 전체 팀에 경의를 표하고 싶다. 완벽한 승리였다"며 승리의 기쁨을 함께 고생한 선수, 스태프와 나눠가졌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은 "누가 뛰든 제 몫을 다해준다"고 강조했다. 선수를 믿는 감독과 그를 믿는 선수들이 있기에 '슈틸리케호'의 마법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사진=울리 슈틸리케 감독(왼쪽, KFA 제공).

박종민 기자 mini@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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