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130명의 안락사를 도와 ‘죽음의 의사’(Dr.Death)로 불린 잭 키보키언(1928∼2011)이 남긴 자료가 모교인 미국 미시간대 역사 도서관에 기증됐다.
13일(현지시간) 지역 일간지와 미시간 대학에 따르면, 키보키언의 조카딸인 아바 야누스는 키보키언이 생전에 남긴 문서와 동영상, 녹음 자료 등을 미시간 대학에 전달했다. 자료 중에는 ‘메디사이드’(의사 도움에 의한 자살)에 관한 환자의 의료 기록, 키보키언과의 상담 내용, 사진은 물론 재즈 뮤지션이자 작곡가로도 뛰어난 능력을 보인 그의 음악 CD도 있다.
키보키언은 생전에 호텔 또는 환자의 방에서 존엄사를 원하는 환자와 상담한 장면을 동영상으로 찍었다. 환자는 가족이 동석한 가운데 키보키언에게 병력과 당시에 느낀 삶의 질, 존엄사를 원한 이유 등을 말했고, 키보키언은 이를 녹음했다. 미시간대학 측은 디지털화 과정을 거친 이 자료를 일반에 공개할 예정이다.
아르메니아 이민자 출신 가정에서 태어난 키보키언은 17세에 고등학교를 마칠 정도로 영재였다. 외국어 구사 능력도 뛰어났고 예술적인 감성도 타고났다. 미시간대 의대에 진학해 의사이자 병리학자로 활동하던 그는 일찍부터 급진적인 주장으로 주목을 받았다. 키보키언은 시신을 의료 실험에 사용하고 건강한 장기를 적출할 수 있도록 사형수들에게 스스로 안락사를 선택할 권리를 주자고 제안했다.
그는 1987년 디트로이트 지역 신문에 ‘죽음 상담가’ 광고를 내고 1990∼1998년 약 130명의 존엄사를 도왔다. 존엄사에 대한 인식이 지금보다 훨씬 보수적이던 상황에서 키보키언은 결국 1999년 2급 살인혐의로 유죄 평결을 받고 8년 2개월간 복역 후 2007년 가석방으로 풀려났다. 평소 신장 관련 질병을 앓던 키보키언은 출소 4년 만인 2011년 6월, 폐렴과 신장 질환의 악화에 따른 혈전증으로 사망했다.
‘죽을 권리’에 대한 관심이 늘면서 미국에서 말기 환자에게 존엄사를 허용한 주(州)는 오리건, 워싱턴, 몬태나, 버몬트, 캘리포니아 등 5개 주로 늘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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