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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을지로 지하보도 살리기, 젊은 생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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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을지로 지하보도 살리기, 젊은 생각은…

입력
2015.10.1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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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조성룡이 설계한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1층을 비우는 필로티를 도입하고 중앙정원을 넓혀 주민들이 오가며 만날 수 있도록 의도했다. 수류산방 제공
건축가 조성룡이 설계한 아시아선수촌아파트는 1층을 비우는 필로티를 도입하고 중앙정원을 넓혀 주민들이 오가며 만날 수 있도록 의도했다. 수류산방 제공
건축가 김용미ㆍ이원석ㆍ천장환과 대학생 4명으로 구성된 팀은 을지로 지하보도로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 서울광장을 확장하는 제안을 냈다. 서울건축문화제사무국 제공
건축가 김용미ㆍ이원석ㆍ천장환과 대학생 4명으로 구성된 팀은 을지로 지하보도로 사람들을 유인하기 위해 서울광장을 확장하는 제안을 냈다. 서울건축문화제사무국 제공
서울건축문화제 전시장은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성당 앞 옛 국세청 별관이 해체된 자리에 세운 재활용 전시장으로 해체와 조립이 가능하다. 이 자리는 전시가 끝나면 공원으로 조성된다. 서울건축문화제사무국 제공
서울건축문화제 전시장은 서울 중구 대한성공회 성당 앞 옛 국세청 별관이 해체된 자리에 세운 재활용 전시장으로 해체와 조립이 가능하다. 이 자리는 전시가 끝나면 공원으로 조성된다. 서울건축문화제사무국 제공

2017년 개최 예정인 서울국제도시건축비엔날레의 사전행사 성격을 띠는 ‘2015 서울건축문화제’가 서울 세종로의 철거된 옛 국세청 별관 자리에 설치한 가건물에서 막을 올렸다. 올해의 주제는 ‘도시재생’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승효상 서울시 총괄건축가가 추구하는 ‘도시계획에 대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하는 이 전시는 “서울의 낡아가는 구도심을 어떻게 부활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다양한 답을 내놓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시청광장에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이르는 을지로 지하보도의 리모델링을 제안한 ‘대학생 여름건축학교’전이다. 1983년 지하철 2호선과 함께 개통된 지하보도는 소공동에서 동대문까지 ‘영광의 1970년대’를 누렸던 지하상가들을 하나로 연결시켰지만, 오늘날 도심이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힘을 잃으면서 빈 공간이 되고 말았다. 10개 팀으로 구성된 건축가와 대학생들은 “지하상가가 도시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 원인”이라 지적하고, 도시의 이벤트를 지하로 끌어들이는 제안을 했다. 예를 들면 차도로 둘러싸여 고립된 시청 앞 서울광장을 확장시켜 서울광장-환구단-소공동 지하보도를 연결하는 녹지를 형성하거나, 지하보도 중간중간에 반원형 돌출 공간 즉 ‘주름’을 만들어 지하에서 공연이나 전시, 거리상점 등을 열 수 있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다.

‘대학생 여름건축학교’는 대학생에게 건축가와 함께 건축 과정을 체험하도록 하는 교육적 목적의 프로그램이지만, 실제 진행될 을지로 지하보도 재생 사업을 위한 논의의 바탕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서울시는 올해 서울역 고가차도와 세운상가 재생사업 현상공모를 진행했지만 “공모 과정이 불투명하다”거나 “사전 논의가 충분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2010년부터 열린 ‘서울건축문화제’가 개별 주택과 건축물 중심에서 공공건축으로 방향을 튼 것은 지난해다. 2014년 10월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전시는 한강이라는 특정 공간에 초점을 맞췄다. 올해에는 성북구와 도봉구 등의 동주민센터 74개를 리모델링한 과정을 소개한 ‘찾아가는 동주민센터 프로젝트’전, ‘마약의 도시’에서 ‘혁신도시’로 거듭난 콜롬비아 메데인시(市) 사례를 소개하는 ‘메데인 도시건축전’ 등으로 다양해졌다.

행사에서 이야기하는 목소리가 다양해진 점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신설된 ‘올해의 건축가상’의 첫 수상자로서 올해 서울건축문화제에 참여한 건축가 조성룡은 공공건축이라는 큰 주제와는 약간 방향이 다른 주택 문제를 들고나와 전시를 풍성하게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1983년에 설계한 아시아선수촌아파트를 주제로 전시하면서 “아파트에서의 ‘마을 공동체’를 추구한 아시아선수촌아파트를 통해 분양과 투자 성과에만 집착하는 한국의 주거문화를 재검토할 계기를 마련하고 싶다”고 의의를 설명했다. 그는 “새로운 시대 건축 비평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도시계획 중심으로 방향 전환 후 2년째인 서울건축문화제는 ‘도시건축담론 확산’의 사명을 띠고 열정적으로 내용을 채운 흔적이 역력했다. 하지만 여전히 비엔날레로 발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규모다. 김영준 총감독은 “전시 공간 결정도 늦었고 준비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도시건축비엔날레를 앞두고 해외 건축가들에게 우리가 지향하는 바를 전시로 보여줄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해외 건축가들은 26, 27일 이틀 동안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는 국제심포지엄을 위해 서울을 방문할 예정이다. 전시 11월 18일까지. (02)540-8997

인현우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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