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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남북통일축구대회

입력
2015.10.13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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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 10월11일 오후 평양 능라도 5ㆍ1경기장에서 남북 축구 친선경기가 펼쳐졌다. 대회 명칭은 ‘남북통일 축구경기’. 경기장에 운집한 15만 평양시민들은 주요 장면마다 함성과 박수를 쏟아내며 열광했다. 경기결과는 2 대 1, 북측의 승리였지만 승패는 중요하지 않았다. 분단 이후 첫 남북 친선경기라는 상징적 의미가 훨씬 컸다. 대결의 엄혹한 시대에 축구를 통해 작은 통일을 이룬 셈이었다. 남측 선수단 고문자격으로 방북한 이회택 포철 감독은 꿈에 그리던 아버지와 감격적인 상봉도 했다.

▦ 12일 후 남북 축구팀은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재회했다. 이번에는 남측이 1 대 0으로 이겼다. 통일축구 평양ㆍ서울 상호방문 경기는 비핵화공동선언과 남북기본합의서 채택으로 이어진 남북고위급회담 분위기에 힘 입어 성사됐다. 물꼬가 터진 남북간 체육교류는 이듬해 일본 지바현에서 열린 세계 탁구선수권대회에서 코리아 여자 단일팀을 구성, 강적 중국을 꺾고 우승하는 기적을 이뤘다. 이후 남북 스포츠 교류는 남북관계에 따라 기복을 거듭했지만 역으로 경색된 남북관계의 돌파구가 되기도 했다.

▦ 남북통일축구대회는 일제 강점기에 서울과 평양을 오가며 열렸던 경평(京平)축구대회 복원하자는 취지로 시작됐다. 2000년 6ㆍ15 남북정상회담 후 남북은 경평축구대회 정례화에 합의했다. 하지만 2002년 9월7일과 광복 60주년 전야인 2005년 8월14일 등 두 차례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남북통일축대회를 개최하는 데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그 공백을 남북 노동자 단체들이 채우겠다고 나섰다. 북측 조선직업총동맹과 남측 한국노총ㆍ민주노총이 28~31일 평양에서‘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개최하기로 합의한 것이다.

▦ 남북 노동자단체들은 경평축구를 모델 삼아 이미 1999년 9월과 2007년 5월 각각 평양과 경남 창원에서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정부는 순수 체육행사로 진행된다면 남북노동자 통일축구대회를 위한 방북을 승인한다는 방침이다. 북한의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행사가 별다른 긴장조성 없이 끝나 20~26일로 예정된 이산가족상봉 행사 등 8ㆍ25합의 이행 전망이 한층 밝아졌다. 남북노동자 통일축구 평양대회도 성공적으로 치러져 남북관계 진전에 힘을 보탰으면 좋겠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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