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전남 오늘 FA컵 준결승전
재정난 등 악재 딛고 일어난 도전
노상래 감독과 외나무 다리 승부
울분에 찬 ‘두목 늑대’가 사냥에 나선다. 상대가 동갑내기 ‘절친’이라 늑대의 운명은 더욱 기구하다.
김도훈(45)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을 두고 하는 말이다. 김 감독이 이끄는 인천은 14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로 2015 KEB 하나은행 FA컵 준결승전을 갖는다. 결승전 티켓을 놓고 승부를 가르는 외나무 다리에서 김 감독은 하필이면 친구 노상래(45) 전남 감독을 만났다.
김 감독은 지난 4일 제주의 승전보를 전해듣고 뜨거운 눈물을 흘려야 했다. 이날 경기에서 6강 상위 스플릿 진출 다툼을 하던 제주가 K리그 ‘1강’ 전북을 3-2로 완파하며 순위를 뒤집었기 때문이다. 7위로 밀려난 인천은 하위 스플릿으로 내려갔고, 제주에게 상위 스플릿 진출 티켓을 넘기고 말았다.
김 감독은 시즌 내내 외로운 싸움을 해야 했다. 신임 감독인 그는 재정난 때문에 제대로 된 선수 수급도 없이 팀을 꾸렸고, 결국 임금 체불 문제까지 터졌지만 선수들을 다독여야 했다. 상위 스플릿 진출이 무산된 후에도 그는 락커룸에서 “너희들에게 좋은 경험을 시켜주고 싶었는데 미안하다”라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온갖 악재가 겹치는 와중에도 인천은 마치 무리 지어 사냥하는 늑대를 본 떠 만든 ‘늑대축구’로 피 튀기는 중위권 싸움에서 선전을 거듭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약체로 분류되던 인천은 정규 라운드까지 12개팀 중 최소 실점을 기록하며 탄탄한 수비력도 뽐냈다. 팬들은 그래서 김 감독의 눈물에 더욱 가슴 아파했다.
김 감독은 다시 이를 악문다. 아직 기회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FA컵에서 우승하면 내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출전할 수 있다. 이는 스승 김학범(55) 성남 FC 감독이 지난해 일으켰던 ‘시민 구단의 기적’이기도 하다.
노 감독이 이끄는 전남 역시 하위 스플릿에 머물러 FA컵을 통해 명예회복에 나선다. 현역 시절 최고 공격수 자리를 놓고 치열하게 경쟁했던 두 감독의 지략 대결이 이번 경기의 관전 포인트다.
이날 FC 서울과 울산 현대도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준결승전을 치른다. 김 감독이 울분에 찬 늑대라면 윤정환(42) 울산 감독은 피눈물을 흘린 호랑이다. 일본 J리그 사간도스에서 지도력을 인정 받았던 윤 감독이 이끄는 울산은 시즌 전부터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하지만 올 시즌 축구 명가의 자존심을 지키지 못하고 최악의 성적표를 썼다. FA컵은 윤 감독에게 그나마 명예를 회복할 수 있는 최후의 기회다. ‘원톱’ 김신욱(27)과 대표팀 주전 골키퍼 김승규(25) 등이 서울을 상대로 얼마나 활약해 줄지가 관건이다.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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