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벽돌 자연 낙하 가능성 낮아"
동물 혐오 등 고의범죄에 수사 무게
"먹이통에 기름이나 부동액 넣어라"
"짐승의 마음… 범인 강력 처벌해야"
먹이주기 놓고 네티즌 공방 격화
전문가들 "공동체 해결 방안 시급"
경기 용인 ‘캣맘 사망사건’은 애니멀 포비아(동물 혐오)가 불러온 비극일까?
공중에서 뜬금없이 떨어진 벽돌에 머리를 맞아 50대 캣맘이 숨진 지 엿새째. 사건의 실체가 미궁에 빠져있는 가운데 길고양이 등에 대한 혐오ㆍ보복 범죄인지 여부를 두고 논란이 뜨겁다.
인터넷상에서 ‘캣맘’이라는 단어는 이미 사회적 갈등을 부르는 하나의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우리 아파트 단지에서 설치는 캣맘을 쫓아내고 싶다”는 한 네티즌의 글에 “참치캔에 기름 버리고 (차량용) 부동액을 넣어라”는 극단적인 댓글이 예사롭게 올라온다. 이에 대해 또 다른 네티즌은 “고양이도 하나의 생명체이며, 내가 불편하다고 상대방을 죽인다면 인간이 아닌 짐승의 마음”이라며 상대방에 대한 공격에 나서고 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동질적이지 않은 사회 구성원을 어떻게 융화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사회적 논의를 펼쳐야 할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논란의 발단이 된 캣맘사망사건이 일어난 건 지난 8일 오후 4시35분쯤. 경기 용인 수지구의 한 18층짜리 아파트 앞 화단에서 박모(55ㆍ여)씨와 또 다른 박모(29)씨가 고양이 집을 만들던 중 상층부에서 떨어진 벽돌 1개에 맞아 50대 박씨가 숨졌고 20대 박씨는 다쳐 병원치료를 받고 있다.
숨진 박씨는 길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돌보는 이른바 ‘캣맘’으로 조사됐다. 또 다른 박씨는 같은 아파트에 살며 박씨가 고양이 밥을 주는 것을 도와주던 사이였다.
박씨는 올 8월 초부터 어미 고양이 한 마리, 새끼 고양이 세 마리 등 4~5마리의 고양이를 돌봐왔다고 한다. 당시에는 감기에 걸린 새끼 고양이 한 마리에게 약을 먹이고 집을 만들어주려다 변을 당했다.
경찰은 박씨를 죽음으로 내몬 벽돌이 자연 낙하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고 있다. 사건현장과 아파트 벽면과의 거리가 7m에 달하는데다 낙하지점 나뭇가지가 부러져 있는 형태와 각도 등에 미뤄 누군가가 인위적으로 벽돌을 던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벽돌을 가지고 올라갔거나 투척하는 장면이 담긴 아파트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은 없다. 벽돌에 대한 유전자(DNA) 분석에서도 피해자 2명의 것만 나왔다.
경찰은 동물을 싫어하거나 몰려든 길고양이의 냄새와 위생, 미관문제 등에 불만을 품은 고의 범죄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신고보상금 500만원을 걸고 동물ㆍ캣맘에 적개심이 있거나 숨진 박씨와 길고양이 문제로 다툰 전력이 있는 주민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는 이유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박씨와 금전적, 개인적 원한관계 등을 조사했으나 별다른 특이점이 없었다”고 했다.
주민들과 캣맘 사이의 갈등으로 추정되는 사건은 서울에서도 있었다. 올 6~7월 서울 마포구 일대에서 누군가가 뿌린 독극물로 인해 길고양이 여러 마리가 생명을 잃은 것이다. 아직 사건의 실체가 명확히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사건이 동물혐오에서 비롯돼 사람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진 것이라면 우리 사회에 내재된 불만과 갈등이 예상을 뛰어넘는 심각한 수준에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등은 길고양이는 유해동물이 아니어서 먹이를 주는 것 등은 불법이 아니라며 경찰이 서둘러 범인을 잡아 강력히 처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면 생명을 앗아간 범죄는 엄벌해야 하나 사람 음식을 주고 배설물을 치우지 않는 등 일부 캣맘의 민폐 행위도 더불어 없어져야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길고양이 먹이주기를 둘러싼 갈등이 쌓여 돌발행위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선이 아주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쟁사회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문제가 나와 다른 입장을 어떻게 수용하고 배려할 지, 동질적이지 않은 사람과 어떻게 같은 사회를 이룰 것 인지가 새로운 화두가 됐다”며 “한 가정의 차원을 넘어 국가적 관심이나 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유명식기자 gij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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