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R&D 페스티벌
'유 캔 콘서트' 차량 대상 차지
머리로 운전하는 휠체어
가뭄 지역에 비 뿌리는 비행선 등
톡톡 튀는 아이디어 경연
자동차 운전석에 앉은 아빠가 운전대를 두드리며 발을 구르자 차 안 스피커에서 요란한 드럼 소리가 흘러나온다. 조수석에 앉은 엄마는 글로브 박스에서 튀어나온 건반을 누르며 리듬을 탄다. 뒷좌석에 앉은 아들과 딸도 덩달아 앞 좌석의 어깨 부분을 때리며 박자를 맞춘다.
센서 기술을 이용해 자동차를 달리는 공연장으로 만드는 아이디어가 현실화됐다. 일명 ‘유 캔 콘서트(You can concert)’차량이다. 이 차량은 13일 경기 화성 현대기아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열린 ‘연구개발(R&D) 아이디어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차지했다.
이날 본선 무대에 오른 10개팀은 자동차를 둘러싼 기발한 아이디어로 불꽃 튀는 대결을 벌였다. 5개월 전 예선을 통과한 이들은 퇴근 후 시간과 휴일을 반납하며 아이디어를 실제 차량으로 만들어 냈다.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은 오체불만차는 팔과 다리를 사용하지 못하는 장애인들이 머리 움직임만으로 운전할 수 있는 휠체어를 내놓았다. 머리를 감싼 반구형 장치를 뒤로 밀면 직진하고 머리를 이용해 누르는 방향으로 휠체어가 회전한다. 이 장치는 30초면 일반 휠체어에 간편하게 탈부착해 사용할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환경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아이디어들도 이색 탈 것이 돼서 등장했다. 라이프 제플린팀은 대기 중에서 물을 만들어 물이 부족하거나 대기오염이 심한 곳에 비를 내리는 자율운행 비행선을 출품했다. 팀 관계자는 “매일 잠실 주경기장의 2,000배 정도 되는 토지가 사막화되고 황사 발생 시 동아시아가 100만톤의 먼지로 뒤덮힌다”며 “우리의 아이디어가 이런 문제들을 극복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와프리카팀은 아프리카의 물 부족 국가들에 도움이 되도록 페달을 밟으면 정수기와 세탁기가 작동하는 생명의 자전거를 선보였다.
차량에 달린 카메라로 원격 운전이 가능한 ‘아바타 드라이브’, 증강현실 기술로 실제 보이는 환경에 가상의 주행로를 만드는 ‘드라이빙 익스팬션’ 등 최근 주목 받는 사물인터넷(IoT)과 가상현실(VR) 기술을 접목시킨 아이디어들도 눈에 띄었다. 양웅철 현대차 부회장은 “예년에 비해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왔다”며 “원격주행 기술 등은 양산차에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 부회장은 폭스바겐의 배출가스 조작 사태와 관련해 “하이브리드,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 등 친환경 기술을 적극 확대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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