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의 강력한 엘니뇨 탓에 전 세계 농산물 가격이 꿈틀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3주 동안 설탕 가격은 31%, 유제품은 36%나 급등했고, 팜오일(야자유)은 13.1%, 밀은 6.1% 각각 올랐다”고 13일 보도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9월 세계 식품가격은 18개월 만에 처음 상승세로 돌아섰다. 농산물 가격 상승으로 향후 비연료 원자재가격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국제통화기금(IMF)는 전망했다.
아시아지역 국가들은 엘니뇨로 인한 가뭄이 극심해지자 곡물 생산량 예상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베트남 커피ㆍ코코아협회(Vicofa)는 올가을 커피 생산량이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고, 태국쌀수출협회도 15~20%가량의 수확량 감소를 예견했다. 호주도 밀 수확량이 예상보다 200만톤 이상 감소한 2,530만톤 정도에 그칠 것으로 추정했다.
농산물가격 상승으로 관련 가공식품과 공산품 가격도 동반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WSJ은 팜오일 가격 상승에 따라 “이를 원료로 사용하는 립스틱, 팜오일 가공식품 등의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보도했다.
농산물 생산량 감소는 브라질을 포함한 중남미 전역에 특히 극심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등 북반구는 최근 한창 수확이 진행되고 있지만, 남반구는 이제부터 생산을 준비하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원인은 엘니뇨 때문이다. 지난주 일본기상청은 “올해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평균보다 현저하게 올랐다”며 “1950년 이후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호주기상청도 올해 엘니뇨 강도가 지난 1997, 98년 이래 가장 강력한 수준이라고 경고했다. 이런 엘니뇨로 인해 브라질에는 평년치를 웃도는 강수량을 보이는 반면, 아시아와 호주,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는 가뭄이 기승을 부리면서 사탕수수, 팜오일, 밀, 코코아, 커피 등의 흉작이 우려된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무역풍이 해수면 온도를 끌어올려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를 유발하는 현상이다.
문제는 내년에도 더 강력한 엘니뇨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세계기상기구(WMO)는 “1950년 이후 65년 만에 최악의 엘니뇨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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