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캠 피싱이 사회적 문제로 급부상했다. 가해자를 잡아들여도 발생 건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경찰청이 자체 배포하는 스파이 앱에 몸캠 피싱 소프트웨어 탐지 기능을 추가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 연간 500만건 육박, 몸캠 피싱 뭐길래
경찰청은 스마트폰에 몰래 설치된 스파이앱을 탐지해 삭제하는 앱 '폴-안티스파이'에 몸캠 피싱 앱을 탐지하는 기능을 추가했다고 13일 밝혔다. 최근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몸캠 피싱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폴-안티스파이앱은 구글 플레이스토어와 각 통신사 앱 스토어에서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몸캠 피싱 발생 건수는 455건으로 지난해 487건에 육박하고 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러한 추세로 볼 때 지난해 기록한 발생 건수를 뛰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개인의 은밀한 사생활과 관련된 탓에 피해자들이 신고를 꺼려 실제 피해사례는 더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렇다면 몸캠 피싱은 어떻게 이뤄질까.
▲ 몸캠 피싱 피해사례.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
경찰에 의하면 몸캠 피싱의 유포지는 주로 랜덤 채팅 앱에서 이뤄진다. 피싱 일당은 온라인 채팅 앱 등에서 여성으로 위장한 후 개별로 랜덤 채팅 접속자를 유혹한다.
이후 스마트폰 채팅 앱을 통해 1:1 화상 채팅을 권유하게 된다. 피싱 일당들은 대중적으로 널리 이용하는 영상 통화 앱으로 접속을 하기에 안전하다고 피해자들을 안심시킨다.
영상 통화 앱에 접속하면 메시지를 통해 특정 앱을 보내주는데, 설치할 경우 스마트폰에 악성코드가 심어진다. 앱을 설치할 경우 악성코드가 심어지면서 사용자의 기기에 저장된 연락처를 탈취한다. 여기까지가 피싱 일당의 1차 준비 과정이다.
▲ 몸캠 피싱 피해사례. 서울 경찰 블로그 제공
앱 설치를 확인하면 일당은 영상 통화 앱을 통해 미리 입수한 여성의 영상을 띄우며 피해자들에게 함께 음란행위를 할 것을 요구한다. 이들에게 설득돼 음란행위를 할 경우 "고스란히 영상이 찍혔으며 탈취한 연락처를 통해 지인들에게 유포하겠다"는 협박이 돌아온다. 이후 금전을 요구하는 방식이 몸캠 피싱이다.
■ 유혹에 빠진 男 노려…심각한 사회문제 야기
몸캠 피싱을 당한 피해자들은 어쩔 수 없이 입금을 해야 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수치심보다는 지인들에게 전송돼 자신의 이미지가 실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검거된 몸캠 피싱 일당을 통해 드러난 수법은 치밀하다 못해 끈질겼다.
지난달 서울 광진경찰서는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강모(22)씨를 구속하고, 박모(23·여)씨 등 일당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3개월 간 몸캠 피싱 수법으로 남성 피해자 400명의 자위행위 영상을 확보한 후 협박을 통해 약 400여명으로부터 1억7,000여만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았다. 강씨는 중국 총책의 지도를 통해 범행을 지시받았으며, 성매매를 구실로 피해자들의 금전을 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법 형사7단독 김한성 판사는 최근 정보통신망법상 정보통신망 침해 및 공갈 등 혐의로 기소된 조모(27)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조씨 등 일당은 악성코드 앱으로 피해자들의 알몸을 찍은 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며 피해자 718명으로부터 9억9,6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돈을 입금하지 않으면 당신이 자살할 때까지 유포하겠다"고 피해자들에게 협박했고 실제로 입금을 거부한 남성의 부모와 애인에게 알몸 영상을 전송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1월에는 몸캠 피싱을 당한 한 대학생이 나체 사진을 유포하겠다는 협박을 받아 빌딩에서 투신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최근에는 몸캠 피싱의 폐해를 보여주는 드라마가 제작돼 방영될 만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이 되고 있다.
이처럼 몸캠 피싱은 점차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지만 매번 피싱 일당을 검거해도 새로운 해커들이 동일한 수법으로 금전을 갈취하며 피해자를 양산하고 있다. 음성적인 방법으로 성적 욕구를 해소하고자 하는 피해자들이 유혹을 쉽게 뿌리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몸캠 피싱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비정상적인 경로를 통한 앱 설치를 피하고, 음란 행위 요구를 강력히 뿌리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앱을 설치하는 순간 사용자의 개인정보가 가해자에게 전송되기 때문에, 음란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해도 정보 유출을 통한 제3의 피해자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설령 협박을 당한다고 하더라도 가급적 빠르게 경찰에 신고해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 사이버경찰청 블로그 제공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몸캠 피싱의 경우 강렬한 자극을 미끼로 하기 때문에 의외로 피해자들이 순순히 걸려들고 있다"며 "기존 해킹 사례와는 달리 몸캠 피싱은 개인의 도덕적 잣대에 의해 피해 유무가 결정되므로 권유를 단호히 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채성오기자 cs8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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