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프레지던츠컵 최종 싱글 매치 마지막 홀. 아들 빌 하스(33)의 승리가 결정되는 순간, 아버지 제이 하스(62ㆍ이상 미국)는 뜨거운 눈물을 흘렸습니다. 하스는 벅찬 감격으로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하며 “아들이 미국팀에 우승을 가져다 줘서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 하스의 눈물은 기쁨의 눈물인 동시에 안도의 눈물이었을 것입니다. 하스는 미국팀 단장을 맡은 아버지를 둔 덕에 단장 추천 선수로 프레지던츠컵 막차를 탈 수 있었습니다. ‘아빠 빽’이라는 조롱 섞인 단어가 아들 하스의 주변을 맴돌았습니다. 결국 아들 하스가 이겨낸 것은 싱글 매치 상대 배상문(29)뿐만 아니라, 자신과 아버지를 향한 ‘특혜 논란’이었습니다.
하스와 희비가 엇갈린 배상문은 더 큰 짐을 안고 있었습니다. 1년간 그를 괴롭힌 단어는 ‘특혜’였습니다. 그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활동을 연장하기 위해 군 입대시기를 연장 받길 원했고, 막판에는 올림픽 동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은 축구의 박주영을 거론하며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출전을 허락해달라고 ‘선처’를 바라기도 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국외여행 기간 연장 불허를 통보한 병무청을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는 등 잡음이 나왔고, 그를 향한 여론도 악화됐습니다.
다행히 배상문은 닉 프라이스 인터내셔널팀 단장의 깜짝 발탁으로 입대를 늦출 수 있었습니다. 시즌을 연장할 수는 있었지만 이 조차도 일각에서는 ‘특혜가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습니다.
그럼에도 프레지던츠컵 대회 기간 동안 갤러리와 취재진들은 배상문의 선전에 큰 박수를 보냈습니다. 입대 전 마지막 순간까지 전의를 불태우는 그의 모습은 가히 절박해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자신을 쫓아다닌 ‘특혜’라는 주홍글씨를 한꺼번에 지우고 싶었을 것입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뒤땅’을 치고 주저앉았을 때 얼마나 많은 생각이 그의 머리를 스쳤을까요. 대회가 막을 내린 지금 아직까지도 수많은 골프팬들의 머리 속에는‘아! 배상문이 이겼더라면!’이라는 아쉬움이 여전할 것입니다.
꿈 같은 일주일이 지나고 배상문은 곧바로 현실로 돌아왔습니다. 대회가 막을 내린 이튿날인 12일 대구 남부경찰서는 곧바로 배상문의 병역법 위반 사건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대구지검에 송치했습니다. 이는 검찰에서 다시 배상문의 병역 기피 고의성 등을 따져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뜻입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그가 어차피 ‘평탄한’ 군생활을 할 것이라는 질시가 흘러나옵니다.
배상문은 지난달 30일 귀국 기자회견에서 “기다려 달라”고 말했습니다. 군복무 후에 다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복귀해 더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그러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 또한 자신이 받은 특혜의 짐을 벗는 길임을 알고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기다리겠습니다. 배상문 프로.
이현주기자 memor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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